사람은 이미 하고 있던 익숙한 것들을 버리고 다른 거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로 나는 한글 문서작성을 ‘아래아한글’로 해 왔다. 컴퓨터가 나왔을 때 이 프로그램이 유일했고, 나름 업데이트도 잘 해 주고, 단축키도 많이 알다 보니 자연히 모든 설교와 강의를 이것으로 작성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Microsoft Word를 많이 사용하니까 문서를 보내도 그 파일로 변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도 그걸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covid 19 상황에서 Word로 바꿨다. 이제는 이것도 익숙해지니 편안해졌고, 앞으로 아래아한글을 쓸 것 같지는 않다.^^
개인골방세우기 프로젝트 모임을 4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매주 요한계시록 한 장을 연구하기 위해서 많은 주석 책들을 참조하고, 모임이 끝나면 그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참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어서 버거웠지만, 내 성격상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하는 성격이라 일단 요한계시록을 마칠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이 모임을 통해서 누구보다 요한계시록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정리도 많이 되었다. 더 감사한 것은 다가올 비대면 시대에 꼭 필요한 동영상 제작이 익숙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동영상 제작과 편집은 나와 별로 상관없는, 저 멀리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큰맘 먹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DaVinci Resolve를 자습해서 매주 한 편의 영상을 편집하여 의무적으로(?) 올리는 게 만만찮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익숙해졌다. 앞으로 색깔과 멋을 내는 고도의 스킬을 익혀야 하지만 프로그램 사용 자체가 낯설지 않으니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 개인골방세우기 프로젝트 모임을 인도하면서 성경과 관련된 정보 전달(?)은 모임을 만들기보다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 모임을 기획했던 이유가 성도들이 목회자 의존적인 신앙생활이 아니라 스스로 말씀을 묵상하는 능력과 기도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돌아보면 이 모임이 그 취지를 십분 잘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동영상 편집이 낯설 듯이 그런 성격의 사역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여전히 나 스스로가 혁신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 모임을 해 가면서 이런 것도 알게 된 터라 앞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사역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목회자로서 성도들을 도와야 하지만 내가 주도하지 않고 성도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위치에 서고 싶다. 그래서 필요한 성경 관련 콘텐츠는 제작해서 올리지만, 그것을 참고로 스스로 성경도 읽고 해석과 묵상도 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동영상 편집이 밥 먹는 것처럼 더 몸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다행히도 요한계시록을 다 끝내려면 두 달 정도가 더 소요될 것 같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분량도 많고 해석도 어려운 이 책으로 시작한 것이 그런 점에선 잘한 것 같다.
적어도 팬데믹 상황이 1년 반 정도는 계속될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본질은 강하게 세우고, 외피는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일을 개인적이든지 공동체적으로든지 반드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