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상 한 가지를 결정하면 꾸준히 하는 편이다. 요즘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운동이다. 이전에도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었다. 그러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일이 생겨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니까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침 묵상을 마치고 7시 좀 넘어서 집을 나서서 주변을 한 시간 정도 걷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로를 따라 주변 주택가를 1시간가량 돌다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집 근처 큰 파크를 돌고 있다. 운동이 되게끔 빠르게 걷는데 그 시간에 혼자 생각도 기도도 할 수 있어서 또 하나의 경건시간이 되어서 참 좋다.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도 떨어지고 이른 아침이라 어두워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즐거움이 있어서 매일 걷는다.
또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영국교회 남자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항상 모임 전에 미리 가서 인사도 하고 그날의 Breakfast 준비하는 걸 돕는다. 처음에는 다 모르는 영국 중년들 사이에 끼는 게 어색하고 영어도 진짜 못하니까 긴장도 많이 되었는데 이젠 제법 편안해졌다. 9월부터 시작한 로마서 성경공부도 6장에 접어들었다. 다 같이 한 장 되지 절반 정도를 돌아가면서 읽고 그날 정해진 인도자의 질문에 따라 자유롭게 본문을 가지고 자기 생각들을 나눈다. 마지막으로 10분 정도 남겨놓고 개인적인 기도제목들을 돌아가면서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면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먹었던 컵과 접시도 씻어서 제자리에 두는 일을 함께 한다.
아무리 익숙한 성경이지만 처음에는 영어여서 알아듣는 것도 벅차고 더구나 자기 일상과 가족에 대한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할 때는 이름도 생소한데 혹시 엉뚱하게 기도하면 어쩌나 싶어서 대체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성경 본문에 대한 내 생각을 나누면 통찰력이 있다고 느끼는지 떠듬거리며 말해도 그분들이 잘 경청해 주고 좋아해 준다. 기도도 한국식처럼 다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씩 기도하는 것인데도 나름 참여해서 간절히 기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모임이 좋은 것은 로마서 말씀을 통해서 ‘복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묵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복음은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교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타종교나 일반적인 자기개발서는 죽은 문자에 지나지 않는 교훈과 계명(원리)을 많이 전해주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바르게 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잘 몰라서’가 아니라 ‘병들고 완고해져버린 마음’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마음을 새롭게 하는 지식 이상의 ‘생명’의 역사와 그 알고 있는 진리를 지켜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와 능력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30년 이상 신앙생활을 하고 목사로 살고 있지만 진짜 나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남들 보기에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 안에 ‘새로운 가르침’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그대로 살게 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들어오셔서 사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자신이 실망스러울 때 우울해 하기보다 ‘주님, 저 이렇게 못난 사람이에요’라고 인정하며 그분을 가까이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의인은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들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