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역한 지 14년 6개월이 되었다. 앞으로 이만큼만 더 사역하면 은퇴하겠지 싶어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사역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사역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사역의 전반전은 받고 누리고 세워지는 과분한 은혜를 받았던 기간이었다. 윔블던과 센트럴 두 군데에서 예배했었는데 그 모인 수가 많지 않아서 내가 오던 그해 가을에 센트럴에 하나로 합쳤다가 작년 4월에 다시 예전처럼 윔블던에 교회 하나를 세우게 되었다. 부족해서 합쳤다가 풍성해서 다시 나누게 되었다.
그간 교회가 세워지는 과정을 보면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과 이후의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셨던 요한복음 17장의 내용대로 인도를 받아왔다. 주님은 제일 먼저 저들을 말씀으로 거룩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저들도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다. 진짜 사역 초기에 거룩함에 대해서 많은 설교를 했었다. 거룩함의 중요한 요소인 도덕적인 깨끗함, 영적인 면에서는 예배에 목숨 거는 삶을 헌신해 왔다. 그리고 이어서 성도들 간의 하나됨을 위해서 용서와 영적 권위에 대해서 많이 설교했었다. 그 말씀 하나하나가 듣기 거북한 주제들이라 전할 때마다 텐션을 많이 느꼈지만, 주님이 주시는 감동이 있어서 여과없이 전달할 수 있었고, 또 우리 사랑하는 성도들은 그 직설적인 표현에도 인내하며 그 메시지를 받아주고 따라주어서 지금의 교회 DNA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2023년을 맞아 내 개인적으로 사역의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우리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제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를 떠올리게 되었다.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 17:21)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요 17:23) 여기서 세상에 영향을 주는 교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세상에서 불러내어서 하나님께 헌신된 거룩한 공동체로 세우고 삼위일체 하나님과 같이 서로에게 헌신된 하나 된 공동체를 만드시더니 이제 다시 그 떠나온 세상에 파송되어서 그곳을 새롭게 하는 파워펄한 공동체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새해부터는 그 동안 교회 안에서 수없이 회자되고 선포되고 외쳤던 그 주님의 비전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내딛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 기쁘신 뜻을 마음의 소원으로 두고 행하게 하시는 하나님(빌 2:13)께서 우리 교회로 소원케 하셨던 그 일들을 이제 친히 행하도록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오고 가는 교회의 특성을 살려서 교회 내에 전공과 직업에 따라 영역별 모임을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믿음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선교의 부르심인 일명 도시 중심으로 이뤄지는 Diaspora Mission을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서 Multicultural Church를 세우는 것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Diaspora Church Leader들을 접촉해서 모아서 서로 연합하는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주님, 그동안 보호받고 양육 받는 은혜를 주셨다면,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 은혜를 주시고 더하여서 이제 주와 함께 세상을 섬기는 데로 나아가는 은혜까지 허락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