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역을 돌아보면 분명 내 속에서 강한 이끄심 같은 것이 있었고, 그것이 내 안에 식지 않는 열정이 되고, 그래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좋은 열매들을 맺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조심스럽지만 성령의 인도를 받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나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두루두루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절차를 따라 일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이 방향이 옳다는 확신이 들어서 하는 일이면 성도들이 날 믿고 따라줬으면 하는 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들으려고 하는 편이고, 처음부터 무슨 특별한 나만의 목회계획이나 선교 방향이 있는 게 아니고 그 말할 수 없는 확신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으면 거기에 집중해서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매년 달마다 반복적으로 하는 일 년 사역계획을 작성하는 것은 행정 은사를 가진 사람이 대신해도 족하지만, 교회가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할 사역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연말에 임하는 게 아니어서 중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누가 보면 계획성 없이 즉흥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이 들면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리더의 자리는 따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눈을 하나님이 주신다. 디테일한 부분은 그 현장에 있는 멤버들이 잘 알지만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든지. 지금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부분, 해결책이 될만한 최선의 방법 등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감사하게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도들이 교회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나눠줄 때도 있는데, 디테일한 부분은 나보다 더 잘 볼 수 있어서 그 일이 진행되도록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큰 틀을 바꾸는 부분은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이슈가 생길 수 있는데 괜찮을까?’ 고민이 들어서 망설여질 때가 많다.
교회 사역은 대부분은 좋은 아이디어나 효율적인 시스템, 흥미로운 프로그램보다 서로 믿고 따라주고 협력하고 헌신하면 더 역동적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예전에 한국에서 사역할 때 맡은 청년부 리더들끼리 모여서 당면한 여러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토의 끝에 한 자매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우리가 오늘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했지만, 사실 이 모든 문제는 우리가 헌신하면 거의 해결될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헌신하지 않으면 문제는 여전히 문제로만 남을 뿐입니다.”
한 아이가 집에 태어나면 온 가족이 헌신해야 하고, 서로 짊어져야 할 짐들이 있다. 그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다 해낼 때까지는 그 어려움이 여전할 것이다. 때론 그냥 참고 기다리며 시간과 상황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 맡기고 가야할 때도 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로 인도하셨을 때 당연히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분명 하나님께서 인도하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음에도 불평하고 원망할 일은 있었다.
올해도 하나님께서 내게 강하게 확신을 주셔서 열심을 다해 하고 있는 일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그럴 것이다. 때론 나도 다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확신으로 주신 그 방향에 함께 동역자가 되어주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좋은 의견을 내줘서 함께 그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우리교회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교회다. 그렇게 더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