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만일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 것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하고만 생활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정에서 배워야 할 관계 맺는 법을 몰랐는데, 그나마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교회에서 만난 믿음의 형제들 때문에 많이 성장해 왔다.
내가 갓난아이 때 원양어선을 타시던 아버지가 배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아버지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 남편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을 보지 못하고 자란 나였기에, 그것을 가르치려고, 옳고 그름이 확실하면서도 관계 지향적인 아내와 다섯 명의 아빠가 되게 하신 것 같다. 그러나 서툰 남편과 아빠로 인해 온 가족들이 내 부족함을 받아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이 참아주고 기다리는 사이에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내게 아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가르치셨다. 그저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하나님을 부르는 첫 소절이 ‘아버지’이면서도 아들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다.
십 년이 넘었을까? ‘기도’라는 주제로 수련회 말씀을 준비하는데 하나님이 나더러 ‘너는 지금까지 내게 종으로 나아왔지 아들로 나아오지 않았단다. 이제부터는 아들로 나아 올래?’라는 감동을 주시면서 하나님께서 아들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셨다. 그 관점으로 성경의 인물들을 보니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아들처럼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순종하기보다 마치 하나님이 잘못되었다는 듯이 설득시키려 하고(소돔 성을 항한 아브라함의 간구, 금송아지 숭배 후에 이스라엘 백성을 살리려는 모세의 중보기도), 몹쓸 죄를 짓고도 다시 하나님더러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는 그들을 보면서(밧세바와 간음하여 낳은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그 아들을 살리려고 일주일을 금식한 다윗) 아들로 사는 것을 많이 배웠다.
아들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셨던 하나님께서 이제 당신처럼 아버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은혜로 아들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많이들 아빠의 역할이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녀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 허물과 죄를 용서하고 여전히 존귀하게 대해 주는 것이 아빠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이다.
모세가 하나님을 대면하여 매일 만났음에도 그분의 영광을 보여달라고 구했을 때 뒷모습이나마 그에게 보여주신다. 그 장면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을 소개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이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친히 자신을 소개하신 것이니까. And he passed in front of Moses, proclaiming, “The LORD, the LORD, the compassionate and gracious God, slow to anger, abounding in love and faithfulness.”(출 34:6) 긍휼과 은혜의 하나님, 화를 잘 내지 않으시고, 사랑과 신실함이 넘치시는 하나님이시라 했다.
조건적인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약간만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마음 상해하고, 그 잘못을 직간접으로 표현하고, 그럴 용기가 없으면 옆 사람에게 내비치는 게 우리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하늘 아버지처럼 은혜를 베루는 자로 살아가고 싶다. “주님, 저를 가르쳐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