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여원이 대학입학 기념으로” – 이영주 목사

이번 주에 여원이 A level 결과가 있는 날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게 근사한 일식집에 가서 한턱을 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만 입시생 부모인 나와 아내도 쉽지는 않았다. 어느 부모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조금만 더 공부하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는데 그러지 못할 때 속상한 마음이 많았다. 특히 주중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이다. 대학 들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뭔 아르바이트냐 했지만 자기 친구들도 많이들 한다고 해서, 용돈 버는 정도로 생각하고 허락했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에 이틀을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어떨 땐 세 번까지.

돌아보니 여원이는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했다. 학교 맞은 편에 사는 한국인 주재원 한 분이 자녀의 영어 향상을 위해서 영어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원해서 일주일에 한 번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가서 그 일을 했었다. 그리고 전도사님 한 분이 자기 딸이 학교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수학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싼 시급에 일대일로 수학 과외를 해 주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다. 이런 경험을 쌓은 후에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 강사로 들어가서 체계적으로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이르렀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생활력이 강하고 앞으로 자기 앞가름은 확실히 하겠다고 칭찬을 해 주지만 당장 대학에 들어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지금 뭐가 중요한지 정신못차리고 저런다고 나와 아내는 마음이 많이 상했었고 화도 여러 번 냈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부모 욕심에 돈은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벌 수 있고, 지금 그 시급이면 1년 동안 일한 것을 직장 들어가서 한두 달만 일하면 벌 수 있는 데 좀 더 시험 준비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으면 했는데, 시험 치는 그 주간까지 아르바이트는 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사히(?)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으니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중학교 올라가고, 리셉션에 들어가는 아들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누나 셋이 길을 잘 닦아놓았으니 본 게 있어서 잘 할거라 믿어본다. 다른 부모들처럼 신경 써 준 것도 없는데도 다들 잘 자라줘서 고맙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그래서 남은 두 아들 녀석도 그 든든한 주님께 맡기려 한다

“여원아, 정말 수고했어.”

“주님,이번에도 잘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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