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 상황과 윔블던 꿈이있는교회의 시작 등으로 전교인 바베큐는 할 수 없겠다 생각했다. 대신 셀리더들을 집에 불러서 바베큐를 가질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리더 모임 때 못내 아쉬워하는 리더들의 말을 듣고 갑작스럽게 ‘그럼 한 번 해보자. 비록 청년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많이 돌아갔지만 있는 청년들이라도 모여보자.’고 해서 추진하게 되었다. 장소 구해서 고기만 사서 구우면 된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전교인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신경쓸게 많았다. 무엇보다 바빠진 게 아내였다. 어른만 150명이 참석한다고 하니까 작년처럼 집 가든에서 하면 손에 익은 물건들이 집에 다 있으니까 두 번 나눠서 해도 쉬운데, 30분 차를 타고 멀리 가서 하니까 필요한 물건들을 꼼꼼하게 챙겨가야 해서 의외로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 행사가 결정된 날부터 생각이 많아졌고, 목요일 아침부터 최윤진 집사와 코스코에서 장을 보고 왔고 오후에는 교회 창고에서 짐을 꺼내기 위해서 온 박주영 목사님과 우일, 민구와 함께 한국 장을 보러 갔다. 오랫동안 창고에 있었던 물건이라 물로 씻는 일부터, 음식도 고기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vegetarian도 배려하고 사이드로 맛깔나는 메뉴가 함께 있으면 잘 차려진 밥상처럼 모두에게 좋으니까 목록 정하는 것부터 양을 정하는 데까지 쉬운 게 아니었다. 우선 장년부 가족들에게 정한 음식을 나눠서 준비하도록 부탁했다. 원래 손이 커서 남더라도 음식은 넉넉하게 해야 하고 다른 교회들은 어른이 많아서 대접을 많이 받는데 우리교회 청년들은 너무 수고를 많이 한다며 먹이려면 제대로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일은 자꾸 늘어났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 힘든 김치 담는 것부터 시큼한 오징어채도 같이 있으면 좋다며 여러 냉동 오징어 팩을 사서 손질하고, 고기도 삼겹살과 LA 갈비와 소시지만 해도 충분할텐데 닭 양념된 것도 있으면 좋겠다 해서 사는 건 너무 비싸니까 손수 닭 손질하는 것부터 양념하는 것까지 며칠을 새벽까지 준비해야 했다. 사실 가족만 챙기는 것도 벅찬데 음식을 준비하는 행사이다보니 밤이 되면 손가락이 부어서 아프다고, 남들은 대형교회 사모라 부럽다고 하는데 무수리처럼 일만 많이 한다며 내게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청년들을 보면 같이 배가 부르다며 김치를 많이 담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중간에 그러지 말라고 막아야만 했다!
한국 나이 23세에 사모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나와 결혼해서 어디를 가든 청년들 밥해 먹이는 일을 해야 했다. 다른 사모들처럼 찬양하고 앞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좀 폼나는 일을 자기도 하고 싶지만, 성격상 사람들 앞에 서는 걸 힘들어하다 보니 맨날 이런 일만 하다며 이런 자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헌신적으로 내조하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의 목회가 가능했다.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대개 어려워하는데 사모이다 보니 늘 교회 입구에서 새로운 사람을 맞아야 하고, 개인적으로 만나면 사람을 또 좋아하니까 반갑게 인사하게 된다. 이렇게 매주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는 아내 덕분에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늘 고마울뿐이다. 아마 천국 가면 나도 다 이해 못하는 그 많은 수고를 주께서 다 알아주고 갚아주실 것이다. 다들 교회에서 수고하는데, 이번 주에 고생하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