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성령님, 내 삶에 나타나소서” – 이영주 목사

지난 휴가를 전후로 내 안에 간절한 열망 중에 하나는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와 영광이다. 올해 들어 주신 가장 강하게 주신 또 다른 마음은 하나님의 동역자였다. 즉 내가 없으면 주의 일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비중 있게 나를 생각하고 계시는 주님의 마음이었다. 이 두 가지 마음은 서로 상반된 마음 같지만, 사실은 완전한 세트처럼 주의 사역을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동역자,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는 아버지와 자녀의 위치로 우리를 생각한다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 인간이 아닌, 우리의 순수한 생각과 의지로 결정하고 행하는 것을 존중하신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없다고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세워놓으신 뜻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확실하게 성취해 가실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그분 편에서의 역할이 있다. 그분이 내 삶에 어느 정도 간여하고 역사하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사람의 믿음마다 다르다. 극단적으로 이슬람의 알라처럼 성스러운 책인 성경만 던져주고 멀찍이 서서 지켜보고 간혹 급할 때 간섭하는 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거의 로봇 수준으로 우리를 다스려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고린도후서 12장에 바울이 육체의 가시 제거를 놓고 주님께 기도한 장면이 나온다. 주님은 그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이미 네게 임한 은혜는 충분하다. 내 능력은 네가 약할 때 머물게 되고 온전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하셨다. 이 바울의 연약함을 육체의 질병으로 해석해서 우리의 모든 약점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얼마든지 일하실 수 있다는 식으로 적용한다. 전체 성경의 가르침으로 보면 당연히 옳은 말이지만 그 전장인 11장과 12장에서 볼 것 같으면 그가 말한 연약함은 선교사역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갖가지 어려움을 가리키는 것이었다(고후 11:23-30, 12:10). 그러니까 바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탄의 사자들을 제거해 달라고 구한 것이었는데 주님은 ‘네가 그런 고난들을 피하겠다고 하면 나도 역사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이 경험 이후에 바울은 복음 증거를 위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수고와 고난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주님은 그런 그를 통해서 놀랍게 능력으로 역사하신 것이었다.

뒤에 총을 들고 따라오는 주인을 믿고 자기보다 더 사나운 곰을 향해 나아가서 겁도 없이 짖어대는 사냥개처럼, 내가 너무 연약해서 생각만 해도 두려운 상황이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셔서 나타나 능력으로 일하실 것을 믿고 그 상황을 기꺼이 직면하는 것이다. 이것의 가장 확실한 모델은 고린도에서의 바울의 태도였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하여”(고전 2:3-4)

두려워하고 심히 떨 정도로 연약함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그 현장에 직면하는 바울을 통해서 성령께서도 나타나 능력으로 역사해 주신 것이었다. 성령과 나의 관계도 이런 동역의 관계가 되기를 원한다. 골리앗과의 큰 싸움을 위해서 평소에 곰과 싸웠던 다윗처럼 매일 작은 승리를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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