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마음으로 읽어가야 하는 책

성경은 참 오묘한 책이다. 1,500년에 걸쳐 시대와 직업과 교육수준이 다른 30~40여명의 다양한 저자들이 쓴 것을 모았는데도 통일성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비슷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써도 통일성이 있을까?

더구나 성경책은 문학적으로 다양한 장르로 이뤄져 있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 논문처럼 특정 주제를 가지고 써내려간 편지,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묵시문학, 감성이 풍부한 시 등 너무나 다양하다. 하나님께서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실 때 그것에 가장 적절한 문학형식이 무엇인지 선택하시고 그 형식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도 선택하셨다. 어릴 적부터 궁궐에서 애굽의 최고 엘리트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모세를 통해서 율법서를 기록하게 하셨고, 당대 최고 학문을 두루 섭렵한 바울을 통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서신들을 쓰게 하셨고, 들판에서 양을 지키며 밤에 별을 보고 낮에는 새와 꽃을 보면서 수금 타며 노래했던 감성이 풍부한 다윗을 통해 찬송 시들을 작성하게 하셨다.

그래서 성경을 맛깔스럽게 보려면 그런 문학적인 형식을 고려해야 한다. 사물을 인식할 때도 어떤 것이냐에 따라 오감(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달리 사용하듯이 성경의 어떤 책은 논리적인 이성으로 접근해야 하고 또 어떤 책은 풍부한 감성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부모 없이 혼자 자랐기 때문에 말 상대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생각하는 데에는 익숙한데 내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은 서툴렀다. 그래서 처음 교회 사역을 시작할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바울 서신은 설교하기는 쉬웠는데 다른 문학 장르는 어려웠다.

그런데 그 당시 겁도 없이(?) 시편 전체를 설교하겠다고 덤빈 적이 있었다. 내 성격상 한 번 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인데 시편설교는 도중에 그만 두었다. 왜냐하면 주제가 다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고난 중에 하나님께 도와달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는데 비슷한 주제를 계속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시인의 섬세한 감정과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몇 년이 지나고 이런저런 삶의 굴곡도 겪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익숙해졌을 때 다시 시편 설교에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한결 편안해져서 끝까지 설교할 수 있었다.

이번에 묵상집 GT 본문이 시편이어서 다시 묵상하는데 단어의 의미 그 이상의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고 그 너머에 계신 하나님의 마음까지 느껴져서 참 좋다. 그래서 성경은 머리로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내 삶을 다 동원해서 마음으로 읽어가야 하는 책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그분을 향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읽어 내려가기가 힘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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