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다섯 번째 자녀를 낳고 나서

“임신 아니라매?”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생각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테스트를 했는데 두 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아내가 한 첫마디였다. 앞이 캄캄했다. 내 나이 50, 아내 나이 45세에 아이라니. 작년 결혼식 주례로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장모님께 임신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떠나는 날 집을 나서면서 그것도 용기를 내서 말씀을 드렸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부부들도 많은데 이미 네 명의 자녀를 가진 우리부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그분의 마음을 한참 동안 구했었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에녹이 므두셀라를 낳고서 그의 삶에 심각한 변화를 겪고서 하나님과 찐하게 동행하는 삶을 시작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이 아이를 계기로 나도 에녹처럼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10개월이 흘러 드디어 지난주에 다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위로 딸 셋에 아래로 아들 둘, 구색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여러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정말 축하한다고 하셨다. ‘지금에 와서 자녀를 많지 낳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데 박정희 말(‘하나 낳아 잘 기르자’)에 순종했다.’ ‘자녀들이 대학가고 나니 집이 경로당 같다.’ 등등 어떻게 보면 지난 삶을 후회하며 진심어린 축하를 해 주셨다.

9시간의 죽을 것 같은 진통, 퇴원 후 이틀 만에 황달기와 배꼽감염으로 A&E에서 9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병원에 입원했고, 다행히 감염된 것이 호전이 있어 퇴원했는데 다시 황달기 때문에 A&E를 재방문해야 했다. 한 주가 마치 몇 달이 된 것처럼 고되게 지나갔지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인생은 어차피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에 고난은 거의 무시하며 살아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녀가 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찍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어린 나를 할머니께 맡기고 도시로 돈 벌러 가신 후로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하지 않아서 가족이 무엇인지 특히 남편의 역할, 아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그래서 마음이 텅 빈 사람이었는데 아이 하나 둘 낳고 키우면서 그들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주었다. 이제는 내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는지 이번에 막내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는데 눈시울이 핑 돌았다. 너무 하나님께 감사해서였다.

평소에 입버릇처럼 ‘자녀는 나의 스승, 나의 치유자, 나의 교관, 내 곁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시라’고 고백하는 말은 나의 진심이다. 지금 내가 가진 확신 중에 하나는 평생을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인생이 끝나도 괜찮을 만큼 자녀는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뭔가 career를 쌓고 사회에서 대단한 일을 해야 삶의 보람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조금 나이 들다보니 인생은 그렇게 요란하게 산다고 행복한 게 아니고, 철이 들고 마음이 풍성해야 진짜 살맛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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