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는 세례식과 관련해 아주 특별한 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세례 받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교우들 모두가 마치 결혼식에 가듯 정장을 입고 예배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한 형제는 세례식 때 모두 정장을 입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꿈이 있는 교회에선 그렇게 한다. 나는 이 문화가 참 소중하다. 우리가 이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여기고, 마음을 다해 기뻐하며 진지하게 임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네 명의 자매와 함께 세례 교육을 진행하면서,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 설레고 감사하면서도, 염려되는 마음. 세례는 단순한 예식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신분과 소속, 정체성을 고백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영적인 방해와 공격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준비하는 내내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간절히 구하며 기도했다.
첫 세례 교육은 10월 중순, 늦가을의 저녁 시간에 시작됐다. 주일 오후, 셀 모임까지 모두 마친 늦은 시간이었지만, 피곤함보다는 복음을 함께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에 새로운 힘이 솟았다.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힘을 부어주시는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이번 세례 및 입교 교육에는 김유진, 박혜린, 원조이, 곽혜나 네 명이 함께했다. 혜린이는 맏언니답게 차분하고 진중한 태도로 중심을 잡아주었고, 유진이는 꼭 필요한 타이밍에 적절한 질문으로 나눔을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조이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용기 있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 고백 속에서 복음의 능력이 우리를 정말로 새롭게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막내 혜나까지, 하나님이 묶어 주신 이 작은 모임은 각자의 색깔로 보석처럼 빛났다.
세 번째 시간에는 우리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도 나누었다. 성경 공부는 단지 지식을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웃고 먹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가는 시간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날 나눴던 음식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따뜻한 말들과 마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교육은 유난히 영적인 저항이 느껴졌던 시간이기도 했다. 신앙생활을 하며 자주 깨닫게 되는 한 가지가 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사탄도 가만히 있지만, 믿음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고 거룩한 결단을 하면, 그때부터 시험과 공격은 시작된다. 이번 교육을 받은 친구들 중에도 그런 영적 저항을 경험한 이들이 있었다.
세례식을 이틀 앞둔 금요일, 마지막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시작부터 계속 접속이 끊어졌다. 세 번이나 재접속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다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방해가 클수록 하나님이 예비하신 은혜는 더 크다. 이 사실을 믿음으로, 함께 기도하며 마지막 모임을 마쳤다.
이제 주일 오후 2시, 센트럴 예배 중에 세 사람은 세례를, 한 사람은 입교를 받는다. 하나님과 공동체 앞에서 새로운 소속과 정체성을 고백하며 선포하는 시간이다.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진지한 결단이다.
“혜린, 유진, 조이, 혜나. 너희들과 만날 때마다 내 안에는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있었어. 이건 바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었다고 나는 생각해.”
세례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주님과 연합된 새 생명으로 새 출발을 하는 이들의 걸음에 주님이 늘 함께 하시리라 믿는다. 이들의 간증과 신앙 고백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꾸는 시작이 되기를,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이 하나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되는 세례와 입교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 우리 모두가 다시, 복음이신 예수님 앞에 서는 세례식이 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