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월부터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했다. 학교가 집에서 걸어가기엔 멀고, 버스를 타기엔 등굣길이 너무 복잡했다. 고민 끝에, 차고 한 구석에서 먼지 쌓인 자전거 두 대를 꺼냈다. 런던으로 이사 온 후로는 처음 꺼내 본 자전거였다. 툭툭 먼지를 털고 바람을 넣은 후, 이른 아침 아들과 함께 자전거에 올랐다.
아침 묵상이 끝나고, 아이와 함께 출발한다. 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제법 오르막이다. 적당히 숨이 차고, 다리가 뻐근해질 즈음이면 학교가 나온다. 돌아올 땐 거의 직선 내리막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운동도 되고,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공원 산책을 나선 듯 기분도 맑아진다.
얼마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윗층에서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위에 무슨 일이니?” 하고 물으니, 잠시 뒤 쿵쿵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첫째가 울고 있는 막내를 등에 업고 내려왔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네. 아이들은 진짜 다 보고 있다니까.” 생각해보면, 청소기로 부지런히 바닥을 밀고 있는 내 모습도,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아이들에겐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운동을 크게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나마 자전거는 예전부터 편안하게 여겨왔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일 뿐이다. 중학교 2학년 땐 형과 함께 서울에서 부산까지 4박 5일간 자전거 종주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놀 때 자전거를 꺼내게 되는 일이 나에겐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둘째, 셋째 아이도 벌써부터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아이들에게 늘 좋은 영향만 주는 건 아니다. 나의 부족함도, 연약한 모습도 아이들은 고스란히 보고 배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내가 삶의 중심에 무엇을 두고 사는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아이들은 닮아간다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하게 여기고, 자주 곁에 두는 것들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닮아간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즐겨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고 예배하는 삶이 나의 솔직한 갈망이고, 기쁨이라면, 하나님을 사랑함이 아이들의 마음과 삶에 반드시 새겨지지 않을까 라고.
말보다 더 큰 영향력은 삶이다. 내가 신앙을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자녀에게는 더 깊이 남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가까이하고 있는가. 아이들이 그걸 보고, 따라 배우고 있다.
자전거를 타며 앞서 달려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주님, 아이들이 제가 사랑하는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가까이하고,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주님, 당신만을 더욱 사랑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