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교회는 일 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을 끼고 3박 4일간 전교인 수련회를 가졌었다. 프로그램은 오로지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아침, 오후, 저녁 예배 위주로 진행했다. 그런데 성도의 수가 늘고, 수련회 참석하기 원하는 사람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영국에선 찾기 어려워 한동안 수련회를 갖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좋은 장소를 찾아서 수련회를 하지만 역시 본당 수용인원이 제한되어 있고, 비용도 많이 올라서 전교인 대상 수련회를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다.
이번 수련회가 이전과 다른 점은 강사로 오시는 이충동 목사님과 스무 명의 전문사역팀이 함께 와서 우리를 섬겨주신다는 점이다. 이충동 목사님은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를 깨워서 선교 주역으로 세우라는 비전을 하나님으로부터 받고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역해 오셨다. 영국에도 두 차례 사역차 방문하셨는데 그때 교제할 시간이 있었고,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개인적으로도 뵙고 섬기는 교회에서 설교할 기회도 있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복음에 대한 이해와 세계 선교를 위한 결이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같은 디아스포라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서 하나님께서 연결시켜준 만남이라 믿는다. 그분에게는 우리교회가 유럽 한인 디아스포라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기셔서 이번 수련회에 사역팀들을 데리고 오신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신 것을 보면 내가 특별히 뭔가를 했다기보다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를 만나서 중요한 사역들이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안강희 선교사님을 만나 인도를 중심으로 한 미개척 미전도 종족을 시작하게 되었고, 최종상 선교사님을 만나 영국 내 교회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성태 목사님을 통해 LCM이나 London project, Union 신학교 등 런던 내 주요 단체장들과 친분을 갖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국 쪽으로는 디아스포라 선교에 관심을 갖고 계신 여러 교단의 영향력 있는 목사님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좋은 네트워킹을 만들어주셨다. 내년에 계획하는 영국 코스타도 가만히 있는 나를 일부로 찾아와서 제안하고 코스타 대표와도 연결시켜 주어서 만남을 갖게 되어 이뤄진 것이다. 아무리 대단하고 큰 교회, 큰 단체라도 디아스포라 비전과 관계없으면 내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연결시켜 주신 목사님들은 하나같이 복음의 열정과 선교에 대한 비전이 분명하셔서 감사했다. 아비의 영성을 가지신 분들이어서 본인 교회만 위하지 않고 열악한 많은 한국 교회들, 다음 세대들, 소외된 디아스포라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각별해서 좋다.
늘 우리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일단 밀어준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거야’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 여겨서 거룩한 부담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하나님께서 우리교회를 키워주시고 비전을 선명하게 해 주셨다면, 앞으로는 런던 내 다양한 민족의 교회들을 향한 실질적인 스텝이 이뤄져서 각 나라 다음 세대들을 모으고 그들이 은혜받고 연합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기를, 그래서 결국엔 영국 전역을 선교하는 주역으로 쓰임받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그 큰 그림 속에 이번 겨울 수련회가 있다. 정말 우리교회는 꿈이있는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