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때에 가장 가슴 뛰게 하는 단어는 ‘비전’이다. 보통 비전이라고 하면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의 장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 그러니까 나의 진로와 관련지어 많이 생각한다. 분명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로 삼아주셨기 때문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신다.
그런데 이 비전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서, 나를 통해서 친히 이루시는 일이기 때문에 그분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비전은 내가 세상에서 유명해지거나 성공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분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원해서 순종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일의 사이즈가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로만 성취될 수 있는 크기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게 보여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언제나 관계를 지나서 사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비전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사역은 다양해도 그 내용은 다 사람을 사랑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일이라는 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아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어오셔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하나님 나라 비전을 위해서 살아갈 수 없다. 실력과 능력과 재능이 많다고 해서 하나님 나라 비전을 이뤄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기여할 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주도권을 지고 성취할 사람은 될 수 없다.
내게도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있다. 그 크기를 생각하면 전 세계 선교를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정도로 큰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듣기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진행한 프로젝트, 무사히(?) 은혜롭게 잘 마친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비전, 그분의 부르심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한 번 마음 먹고 나가서 도와주면 그만이다. 진짜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매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나의 부모님, 내 아내와 아들과 딸, 나의 성도들이다. 다들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이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굳게 결심하고 부단히 노력해도 어려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 부단히 나아가는 예배적인 사람이 되고, 일상의 고난을 재료삼아 우리를 빚어가는 그분의 손길에 순종하면 얼마든지 그 사랑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사랑은 본래 우리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내가 예수를 믿기로 결정했을 때 내 안에 이식되고, 그분을 따라가면서 내 안에 자라가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성령의 열매라고 하는 것이다(갈 2:22).
봉사하긴 쉽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건 힘들다 못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