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문으로 따스한 봄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온기에 이끌려 발걸음이 절로 창가로 향했다. 창가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커피를 내려 이제 막 자리에 앉으려는 그 순간, 주방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이불 좀 밖에 널어 주시겠어요?” 순간 귀찮은 마음이 스쳤지만, 곧 몸을 일으켜 세탁기에서 축축한 이불을 꺼내 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런던에 정착한 이후, 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따뜻한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를 덧붙인다. 한겨울에 이사 와 런던의 추위에 몇 달을 앓았던 기억 때문일까. 이 짧은 문구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차가운 날씨에 체온을 잘 지켜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온기로 영혼까지 따스한 하루가 되길 바라는 소망이다. 봄이 찾아온 지금도 이 인사는 여전히 소중하다.
건조대에 이불을 탁탁 털고 펼쳐 널었다. 빨래의 은은한 향기가 봄날의 꽃향기 처럼 산뜻했다. 뒤늦게, 밖에 나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고마워) 햇빛은 참 경이롭다. 단순히 뜨거운 열로 빨래를 말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외선으로 이불 속 미생물을 제거하는 살균제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 피부에 닿으면 비타민 D를 만든다. 이 작은 비타민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며, 마음의 우울감도 줄여준다. 그저 햇살을 쬐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이불이 햇살 아래서 더 깨끗하고 향기로워지듯, 우리 영혼도 하나님의 빛 아래 머물 때 어느새 치유되고 새로워진다. 마치 햇빛이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듯,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 마음속 그늘진 곳을 따스하게 비춘다. 하얀 이불이 햇살에 비춰 더 눈부시게 빛났다. 우리 영혼도 이렇게 따스한 빛 아래 펼쳐두고 환기시킬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의 주름을 반듯하게 펴서 그분의 온화한 빛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시간 말이다. 잠시 서서 봄볕에 얼굴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주님, 이 햇살이 참 좋습니다. 따뜻한 햇볕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종종 특별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체험만을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순간 속에도 하나님의 은혜는 가득하다. 이불을 너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햇살의 온기를 느끼고 세제 향기에 미소 짓는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하신다.
햇살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쏟아지듯, 하나님의 은혜도 우리 곁에 항상 머물고 있다. 다음 주도 날씨가 계속 좋다고 한다. 정말로 따뜻한 하루 되시길 바란다. 봄볕처럼 따스한 하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