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여섯 시, 모닥불처럼 따스한 말씀의 온기가 고요히 피어오른다. 지난해 12월 9일, 부임 후 첫 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이 특별한 만남은 내게 소중한 은혜의 자리가 되었다.
첫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30분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단정한 셔츠까지 골랐던 아침이 떠오른다. 하지만 모임에 접속해보니 모든 참석자가 카메라를 끄고 음성으로만 참여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환한 얼굴로 첫 인사를 드릴 생각에 나름 준비를 했던 터라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말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모임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인도자의 기도로 시작해 지명된 한 사람이 그날의 본문을 낭독한다. 이어지는 20분간의 개인 묵상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깊이 있는 순간이다. 말씀을 반복해서 읽고, 때로는 멈추어 기도하며, 하루의 계획을 말씀의 빛 아래 비춰본다. 이때 나는 성령님의 조명하심을 간절히 구한다. 단순히 말씀의 의미를 깨닫는 것을 넘어, 하나님께서 오늘 나에게 주실 ‘음성’에 집중한다.
매일 아침마다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가 날마다 새롭다. 오늘은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눅12:1-12) 이 말씀에 나의 믿음을 건다.(히4:2) 묵상은, 성경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그 말씀에 나의 삶을 맡기는 것이다. 주신 말씀에 대한 마땅한 반응로써, ‘순종’을 결론 삼는 것이다.
하루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그날의 모든 순간을 주님과 동행하겠다는 결단이다.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여 말씀을 나누는 것은 놀라운 은혜다. 같은 말씀을 읽어도 각자에게 다르게 울리는 하나님의 음성이 있다. 어떤 날은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지체를 통해 깨닫게 되고, 또 다른 날은 내가 받은 깨달음이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외부 일정 중에도 이 시간만큼은 꼭 참석하려 노력한다. 어디서든 줌으로 접속해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이 시간이 귀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 4:12) 매일 아침 주님께서 나의 깊은 속까지 살피시고 이끄심을 경험한다.
묵상의 시간은 잔잔한 호수처럼 내 마음을 평안케 하고, 때로는 거센 폭포수처럼 불안과 염려, 근심을 씻어낸다. 따뜻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이 포근하고 깊이 있는 말씀의 잔치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하나님께 하루의 첫 시간을 드리는 것, 그것은 그분의 은혜를 구하는 겸손한 고백이며, 그분과 동행하겠다는 사랑의 결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