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희생으로 맺어진 관계” – 이영주 목사

대학시절 미국 성공회 대천덕 신부님이 쓰신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란 책을 즐겨 읽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교회에 대한 정의였다. 그분은 한국교회가 교회를 한문으로 ‘가르치는 모임’이라는 敎會로 표기하는데, 交會 즉 ‘교제하는 공동체’라는 단어로 고쳐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유교의 영향으로 서당 개념으로 생각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사도신경에도 교회에 대한 신앙고백이 있다.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믿사오며’ 여기서도 보면 교회는 세상의 수많은 모임과는 완전히 다른 거룩한 공적인 모임인데, 그 차이가 믿는 신자들 간의 특별하고 남다른 사귐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사도행전 2장 41절 이하를 보면, 예루살렘 초대 교회 성도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팔아서 가난한 성도들에게 나눠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교제를 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교회의 정의는 ‘희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이렇게 본다면 교회생활이란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 전체 예배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 모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귐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내 소그룹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회생활을 시작한다 볼 수 있다.

이번 주에 영국에 태어나서 금융권에서 일을 하다가 중간에 신학을 공부해서 목회자가 되어 현재 영국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한인 2세 목회자를 만나서 교제를 했다. 영국인 아내를 두고 있고 외국인 친구가 많은 그도 지난 2년간 영국교회에서 목회를 해보면서 영국인과 한국인의 문화 차이를 많이 경험했다고 했다. 영국교회를 가면 처음 만났을 때 친근하게 대해 주고, 성경공부도 지적으로 잘 가르쳐주고 나누지만, 어느 선에 가면 벽이 있다고 했다. 그것을 넘으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했다. ‘교회는 한 가족입니다.’라고 설교를 하면 한국인은 바로 피부에 와 닿지만, 영국인은 그것이 잘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개인주의가 몸에 베여있다고 했다.

사람을 집에 초대해도 한국인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대접하려고 하지만 영국인은 아주 간단하게 대접하며 티 마시며 대화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비록 여기서 태어난 2세이지만 한국식으로 성도들을 집에 초대해서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면 영국인들도 결국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식이 통한다는 말이다. 우리교회가 앞으로 Multicultural Church를 세우게 되면 영국문화도 고려하지만, 한국의 정과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문화를 적용하면 영국인뿐만 아니라 가족 중심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더 매력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국에 와서 굳이 한인교회를 가나, 이참에 여기 현지 교회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교회 생활은 생각과 마음을 나눌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자기 민족 교회를 가는 것이 옳다. 교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트라이하는 곳이 아니다. 깊은 생각과 마음에 있는 것까지 나누고 서로 희생하며 헌신해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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