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북클럽 6월의 책을 읽고’ – 박형배

몇달 전 뉴스에서 공개된 블랙홀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론적으로 존재할 뿐 실제 관측된 적은 없었던 블랙홀이 드디어 영상으로 드러난 것이죠.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보다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의 입자’라고 알려진 힉스 입자의 발견도 있었고, 인류 역사의 비밀을 밝혀줄 고대 인류 화석이나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고백하자면 이런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제 마음은 이랬습니다. 모두 즐거운 파티에서 혼자 겉도는 기분, 나의 세계관이 위협받는 느낌. 그래서 어딘가 모순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그냥 보고 흘려듣곤 하죠. 마치 과학과 이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나와 ‘신앙인’인 나의 자아를 분리시킨 two-track의 삶이 가능한 것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런데 바로 저 블랙홀 뉴스를 시청하던 중 매우 들뜬 얼굴을 한 젊은 과학자가 한국 천문과학계를 대표해서 인터뷰를 하러 나왔습니다. 아니, 블랙홀이 발견 되었다는데 이렇게 기쁜 얼굴이라니.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 북클럽에서 6월 한달동안 함께 읽은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의 저자입니다. ‘별아저씨의 집’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시도해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큰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성경이라는 특별계시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셨다. 여기에 더해 자연과 우주라는 일반계시를 허락하셨는데 우리는 과학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발견해나가며 창조주 하나님의 성품을 훨씬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둘째, 과학은 객관적 관측을 통해 현실을 밝혀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신론의 근거로 사용하는 입장은 그 또한 ‘믿음’의 영역에 속하며, 이런 과학주의적 무신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인식을 얻은 것은 과학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독교 신앙은 과학적, 이성적 사고와 모순되지 않으며 한발 더 나아가 동등한 위치에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세계관이다. 셋째, 창조론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중엔 기독교인들이 듣기만 해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두둥) ‘진화’를 하나님께서 창조의 도구로 사용하셨다는 입장까지 존재한다. (진화를 수용하는 범위와 지구의 나이에 대한 입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이론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창조과학, 젊은 지구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선 과학이 아닌 ‘신앙’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교회의 입장에 대해 다시한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생소한 이야기로 들리시나요? 기독교인 과학자들이 나름의 신앙의 양심을 지키며 연구해온 수많은 이론들을 찾아보며 나름의 입장을 취해볼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서 이 문제에 대해 간단명료한 답을 얻기 원하신다면 아쉽게도 그런 건 없습니다. 저희가 이 책을 읽으며 얻어가는 건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 좋든 싫든 우리는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자연과 우주 또한 창조주 하나님의 작품임을 고백한다면, 그리고 그분이 주신 복음을 교회 밖에서 나누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특별계시인 성경의 진리됨을 고수하는 동시에 일반계시인 과학에 대해 지금보다 좀 더 담대하고 열린 관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 대해 많은 기존지식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과알못’, ‘과포자’입니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차이가 햇갈려 검색이 필요했을 정도..) 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작은 헌신이 요구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하기 원한다면, 내 이웃의 언어로 말해야합니다. 쉽지 않은 주제이기에 더 많이 같이 공부해야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질문들이 환영 받는 교회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고, 특별히 우리들 중 과학을 공부하는 지체들을 축복합니다. 창조주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이 여러분의 연구를 통해 세상가운데 더욱 풍성히 드러나 교회와 세상이 좀 더 화목하게 되길 (고후 5:18-19) 기대합니다!

THE GACHI 드림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제게 연락주시면 reading list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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