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시간 동안 런던은 제게 애증의 도시였습니다. 원했던 유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이 두려워 런던에 오기까지도 몇 달간 잠을 설쳤고, 런던에서의 생활이 하루 이틀 쌓여가면서도 첫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땐 걱정과 두려움에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뒤에서 본 런던은, 항상 저에겐 감사함보다는 긴장감과 낯설음이었고, 피하고 싶은 연단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의지할 수 없었기에, 이 땅은 저에게 축복의 땅이었습니다. 꿈이 있는 교회를 만나 어리고 교만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찬양팀은 하나님은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란 것을, 또한 신앙생활과 사역은 그분을 향한 나의 사랑이 아니라 날 향한 그분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고 끝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섬기기 시작한 기도모임에선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보다 사랑할 때의 더 큰 감격을 깨닫게 되었고, 내가 사랑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있어도 사랑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신앙도 하나의 경쟁이라 생각했던 저에게 하나님은 제 모든 열심과 노력으로는 절대 하나님 옆자리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셨고, 내가 ‘당신을 위해’ 세운 계획은 오히려 하나님의 일하심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는 것을 가르치셨으며, 하나님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나의 고집대로 한 선택에 대해선, 내가 손에 힘을 빼기까지 진물이 나고 피가 흘러도 그분은 절대 억지로 제 손을 펴지 않으신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이 그저 허탈감으로만 와 닿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나님을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일 년이란 시간을 하나님과는 씨름하며, 저 자신과는 타협을 하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스마엘이 13살이 될 때까지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향한 당신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끝내 이삭과 그의 자손들을 통해 하늘나라의 계획을 이루신 것처럼, 하나님은 저의 분노와 호소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결국 제가 진무르도록 잡고 있던 우상을 불태우게 하셨으며, 아직까지도 곪아 있던 상처를 감싸주시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당신의 소망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소망을 붙잡고 부르신 땅으로 갑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과 막연한 두려움에 자꾸 뒤돌아보고 싶어지지만,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하라는 말씀을 붙잡고, 또 보이지 않을지라도 예비 해놓으신 그 길을 따라 감사함으로 가면 되겠지요. 지난 모든 것과, 앞으로의 모든 일에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땅에서 만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를 사랑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계속해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