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50을 넘어 생일을 맞을 때마다 드는 생각들” – 이영주 목사

이번 주에 한국 나이로 53세 생일이었다. 50을 넘어서면서 확실히 마음에 더 다가오는 것은 ‘가까워진 죽음’이다. 40대까지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더 잘 살까? 목회자로서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하고 멋진 사역을 할까? 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50으로 접어들어서는 ‘살아온 횟수보다 살아갈 횟수가 적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다가 주님 앞에 설까?’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젊은 부부들을 비롯해서 청년들이 대부분인 우리교회에서 연세 있는 분들이 오시면 그럴 수 없이 반갑다. 거리도 가까우셨지만, 재정적으로라도 도와주고 싶으셔서 꽤 오랜 기간 우리교회를 출석해주신 권사님 부부가 계셨다. 자주 예배 후에 저녁도 사 주시면서 그간 살아오신 본인 얘기, 자녀들 얘기 등을 많이 해 주셨다. 오래전에 주재원으로 오셨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사업을 하셨다가 정리하시고, 직장 다니는 따님 아이들 봐주시려고 다시 오신 거였는데 말씀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제는 Well-Being에서 Well-Dying을 잘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떻게 하시는 게 Well-Dying이냐고 여쭸더니, 한 예로 연세가 많아서 아이들 돌보는 것이 힘겨운 일인데 그것도 모르고 딸들이 ‘왜 그렇게 하느냐’고 나무라듯 말하면 그 말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40의 나이는 적은 나이도 아닌데 저들도 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니 많은 토 달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보통 Well-Being은 건강과 관련해서 사용하고, Well-Dying은 고통 없이 죽는 것을 말할 때 사용한다. 좀 더 의미를 확대하면 전자는 앞으로 세상에서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일을 성취하며 잘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후자는 어떻게 의미 있게 살다가 죽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Well-Being은 아직 이루지 못한 자신의 크고 대단한 일, 다분히 자기 욕심을 지닌 말이라면, Well-Dying은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 일보다 주변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Well-Being은 지금 갖지 못한 더 큰 것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Well-Dying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온 내게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많은 것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런던에서의 13년 목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앞으로 건강하고 지금의 열정이 여전해서 만 70세까지 목회를 한다 해도, 십수 년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게 은퇴하면 남는 이 땅에서의 삶은 아무리 건강해도 고작 20여 년밖에 안 된다. 그래서 50을 넘어서 또 맞이한 생일날에 다시금 다짐해 본다.

오늘이라는 이 시간에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들에 감사하고 그것을 기쁨으로 누리면서 내게 주신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축복하고 살아가야겠다. 20년의 노후생활보다 영원한 삶을 준비하며 살아가야겠다. 무엇보다 내가 맺은 관계 중에 가장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헌신하고, 그분과 이 땅에 사는 동안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분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하든지 그분을 알려주면서, 그분과 관계를 잘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동안 내게 주셨던 그분의 말씀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경험했던 노하우로 도와주며 살아가야겠다.

몇 달을 담겨놓은 암 말기 환자가 바라보는 그 시간의 의미처럼 그보다 약간 많은 나의 남은 생을 잘 마무리하는 Well-Dying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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