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이었다. 이전 셀 리더 언니가 곧 영국을 떠나게 되어 셀을 맡아줄 리더가 필요하게 되었다. 언니가 나에게 셀을 맡아 줄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나 하나 잘 챙기고, 내 믿음 생활만 잘 하기에도 참 버겁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 내가 다른 영혼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꼭 나에게 이 영혼들을 맡기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셀 리더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당 탕탕 셀 리더 초보로 6개월이 지났다. 셀 리더로 섬기며 감사한 것들이 더 많지만 모든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셀에 새 가족이 오면 나 역시도 어색하고, 성경 공부를 인도할 때면 긴장이 되고, 무엇보다 셀원들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셀원이 교회와 셀 모임에 오지 않으면 걱정이 되고, 작은 일에 괜히 속상하기도 하고, 사랑과 인내가 부족한 내 모습을 보며 좌절하기도 하고, 일상이 바쁘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동역자들이 함께 기도해 주고, 예배를 통해 내 영혼이 금방 회복이 되고는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에 놀랍게도 계속해서 힘을 주시는 것 같다.
셀을 향해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은 ‘사랑’ 그 자체이다. 수요예배 기도 시간만큼은 꼭 셀원들을 위한 기도를 주로 하는데 어떤 날은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는 날도 있다. 한 영혼 한 영혼마다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해서 나는 그저 울기만 한다. 우리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사랑, 끝까지 기다리시는 사랑, 아들을 기꺼이 내어 주신 십자가 사랑.
내가 가진 작은 생각과 좁은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없기에 하나님을 더 가까이할 수밖에 없다. 셀 리더가 되고 나서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는 예배와 기도의 자리를 삶의 우선순위로 두게 된 것이다. 그렇게 찬양과 말씀과 기도가 내 안에 쌓이다 보니 어느새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이 더 깊어지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깊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오지 않던 셀원이 어느 날 교회와 셀 모임에 나오고, 셀원들이 교회와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조금씩 나눔이 깊어지는 변화들을 느낄 때면 마음이 정말 기쁘다.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 되시는 하나님 안에서 셀원들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각자 삶 속에서 더욱 풍성하게 누리기를 소망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누리는 영광이 우리에게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만큼 커다란 영광이 있을까?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며, 올해 내가 가장 잘한 것은 셀 리더를 맡은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