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성경을 읽자” – 이영주 목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이 있다. 여기서 ‘길’이란 우리가 아는 도로나 루트를 말하지 않고, 측량단위인 길이를 말한다. 즉 물속은 열 길이나 되는 긴 거리여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사람은 짧은 거리이지만 잘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성경을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읽다 보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것이 성경을 깊이 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 질문이 하나님의 원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이 아니고 단지 내가 궁금해서 던지는 것이면 영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창세기 9장 18절 이하에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서 벌거벗고 있는 것을 아들 함이 떠벌리고 다니는 바람에 그의 아들 가나안이 저주를 받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본문은 우리가 정작 궁금해하는 부분인 ‘왜 노아는 잘못한 아들인 함이 아닌 손자인 가나안을 저주한 것일까?’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 아무리 그 본문을 봐도 그것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이 기사를 기록한 목적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노아가 950세까지 살았는데, 그에 대해서 기록할 것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것도 그가 믿음으로 살았던 감동스런 사건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의 이미지를 흐릴 이 사건을 기록한 이유는 뭐였을까?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시도이다.

우선 이 창세기가 누가 누구를 위해서 썼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모세가 당시 애굽에서 나와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쓴 것이다. 그들은 지난 40년의 어려운 광야생활을 끝내고 머지않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하나님 보시기에 죄가 꽉 찬 가나안 족속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것은 인간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노아가 가나안을 저주한 사건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어떤 성경 본문이든지 하나님께서 그것을 원래 기록한 목적대로 읽어야 오늘날 내 삶에 바르게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어떤 성경이든 그 특정 본문을 읽을 때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기록했는지를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요즘 개인골방세우기 프로젝트에서 묵상하고 있는 요한계시록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님은 이 책을 당시 로마황제 숭배를 강요당하고 있던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게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격려하고 소망을 줄 목적으로 쓴 것인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재림 직전에 일어날 암호코드 풀 듯이 이 책을 사용하고 있다.

마태복음 24장이나 데살로니가후서 2장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된 내용도, ‘재림 직전의 징조와 시기’에 대해서 너무 지니친 관심을 갖는 제자들과 성도들의 생각을 교정할 목적으로 쓴 것인데, 오늘날에는 그 본문을 징조와 시기를 강조하는데 도리어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성경을 읽지 않으면 그것을 주신 원래 목적과 반대의 길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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