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팬데믹 상황 가운데서 배운 것이 참 많다. 유학생들이 다 돌아가고 새로 오는 학생들도 많지 않아서 수적으로 절반 이상으로 줄었지만, 장년부는 오히려 더 늘어났고 결속력도 좋아졌다. 청년들도 오래 함께했던 직장인과 학생들이 모처럼 친해질 기회가 되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교회 사역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다가 여기 런던에서 13년간 사역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역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당이 없다 보니 한국에서처럼 여러 가지 사역을 할 수가 없어서 오직 말씀과 기도, 전도와 복음 안에서 갖는 교제에만 집중했는데, 결과적으로 교회는 은혜가 더 넘쳤다.
그런데 이번에 팬데믹을 맞아서 예전처럼 성도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도 기도도 많이 했다. 적응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더 바빠진 것도 있지만 사역은 이전보다 더 단순하게 되었다.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상의 모임들을 많이 만들고, 유튜브에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들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교회는 오히려 중요한 두 가지 즉 예배와 말씀 안에서 삶을 나누는 소그룹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우리 한국교회 주일학교가 흥미와 맛있는 간식으로 아이들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더 재미있는 세상의 엔터테인먼트와 입시 경쟁으로부터 그들을 지킬 수 없었다. 교회가 세상이 갖고 있지 못한 복음의 능력에 더 집중했어야 했는데 정작 교회는 그 복음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지금 교회들이 온라인으로 성도들의 시선을 끌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들을 많이 만든다 해도 세상 것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리교회도 비슷한 것을 하니까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질 것이다. 그것보다 온라인상의 모임은 최소화하고, 대신 예배와 소그룹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면하고 거기서 영적으로 채워지는 은혜가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성도들을 유튜브에서 떠나 주님과 개인적인 골방을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
온라인시대에 제일 중요한 영성 관리는 ‘미디어 금식’이기 때문에 시대에 걸맞은 옷은 입지만 포도나무이신 주님 안에 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도들이 교회 채널에 들어왔다가 결국에는 더 재미있는 세상 미디어 홍수에 떠밀려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또 한가지 배운 사실은 제자훈련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인 소수에게 집중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리더들과 여러 차례 의논했는데, 중요한 결론이 ‘성도들더러 하라고 하기보다 우리부터 먼저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리더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움직이니까 교회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보면 교회 사역는 단순화 시켜야 본질에 충실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열매를 맺고, 사람도 영향력 있는 소수 리더들에게 집중해야 전체 성도들까지 끈끈하게 연결되고 세워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능력이 많고 지혜로우신 예수께서 사역 초기부터 제자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집중했던 모양이다.
“주님, 더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