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다들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 같다.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뀌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6개월의 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그만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젠 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런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살아가야 할지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교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주께 여쭈어보기도 하고, 리더들과 논의해 가면서 더 분명해진 사실은 교회의 ‘본질’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팬데믹은 우리의 삶과 신앙에 있어서 껍데기 같은 것들을 많이 벗겨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욕심내서 행했던 일들도, 울적한 맘을 달래기 위해 다분히 낭비같이 보였던 돈과 시간 사용을 멈추게 해 주었다.
자연히 개인적인 시간도 많이 확보되다 보니 처음에는 Youtube를 벗 삼아 시간을 보냈겠지만, 이제부터는 마음에는 있어도 주변 잡기로 행동에까지 옮기지 못했던 주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제대로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습관을 좇아서 하는 자연스러운 일로 정착되려면 의지와 시간이 요구되는데 지금만 한 기회도 없다. 그래서 주님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생명력이 있도록 해야 한다. 그분의 임재, 내 위에 머무시는 그리스도의 능력, 내 삶에 나타나 일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갈망해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새 생명 안에 행한다 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이다.
두 번째로 이번에 꼭 세웠으면 하는 게 형제 사랑, 이웃사랑이다. 첫 번째 본질이 제일 큰 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은 두 번째로 크다 한 계명과 관련된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이 그립고 만날 때 반가울 때가 있을까? 비대면 시대이고 앞으로는 이것이 더 심화될 것이기에 더욱 진정한 만남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온라인상의 모임과 소통이 활발해진다 해도, 지금까지 우리가 SNS의 홍수 속에서 단절과 외로움을 경험했듯이 ‘진짜’는 더욱더 원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 외적으로는 더욱 화려해지고, 기발한 소통의 기구들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겠지만 짝퉁 속에 진품의 가치가 더 높아지듯이 진짜 생명, 진짜 사랑은 더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진짜 교회, 교회가 교회다워지면 더 많은 사람이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교회를 찾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 년 안에 내 셀 사람들만 해도 반 이상이 바뀌는 우리교회 현실에서 다른 셀 사람들까지 우리가 서로 가족이라고 고백할 만한 친밀한 공동체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온라인상이지만 새 가족들이 편안하게 우리교회에 등록해서 기존의 셀모임까지 잘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처럼 숫자가 좀 줄었을 때 서로 낯설지 않을 만큼 얼굴을 터는 자리들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또 없을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어떤 이들에겐 매우 어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중요한 일은 애를 써서 하는 헌신이 필요하듯이 서로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꿈 교회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꿈이있는교회가 좋은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