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과정을 위해 런던에 온 지 만 1년이 지나고 귀국을 앞두고 있다. 평생 한국에서만 살던 내가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뒤돌아보니 짧게나마 나홀로 해외 생활은 이번이 두 번째 경험이다. 첫번째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어학연수 명목으로 뉴욕에 4개월 가량 거주한 적이 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가장 홀가분한 시기였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대도시 속 내 자신이 먼지처럼 느껴졌고 도대체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내던졌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하나님의 ‘딸’이라는 정체성을 알려주셨고 그것은 어떠한 조건이나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청소년기 시절,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괴로워하는 나에게 하나님은 어떠한 성취나 조건을 내걸지 않으시고 너는 그저 내 딸이기에 소중하다는 마음을 주셨다.
그로부터 12년 후 나는 런던에 오게 되었다. 나는 이제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고 육군에 입대해서 법무관으로 일하게 되다보니 1-2년에 한번씩 임지(지역)가 바뀌어 주말부부는 일상이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주일예배 성수만으로 나의 신앙생활이 유지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 남편과 가족의 배려와 지지로- 혼자 런던에 오게 되었고 휴식과 배움 그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하게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특히 꿈교회 예배의 말씀은 매번 나의 마음을 진동시켰고 수요예배 후 기도시간은 하나님과의 대화시간을 회복하는 것 같아 감사했다.
나는 이렇게 두 번의 광야를 통해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누군가는 대도시에서의 시간이 왜 광야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광야란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나님과 나와의 일대일 관계를 회복하고 그분을 묵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제까지 하나님 앞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순종과는 다른) 내 모습을 뒤돌아보며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동역자’를 원하시며 베드로가 예수님을 신뢰하고 물 위를 걷고자 한 그 발걸음, 다윗이 물맷돌을 들고 골리앗 앞에 당당하게 나섰던 용기의 도전을 기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다.
모태신앙임에도 부끄럽게 아직 어린아이같은 신앙이지만 내 삶의 반경에 주신 나의 이웃, 나의 직장동료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임을 마음에 담고 지난 회복의 시간을 발판삼아 나의 발걸음이 하나님 원하시는 곳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기를, 지난 1년도 지키시고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