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돌아보니 내가 기대했고 준비했던 일이 내 맘처럼 되지 않아 크게 좌절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내 능력과 힘을 의지하며 살았고 혹시 실패하면 어떡하나 두려워 하면서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나의 인생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복음 앞에서 ‘내 인생의 주인은 나’ 라는 이 뿌리 깊은 죄성이 드러났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서 내 안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려 죽으신 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세상 모든 만물의 주인이시고 내 인생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의지하게 되면서 나의 연약함 또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었으면 하나님이 내 안에 들어올 틈이 없었을 텐데 때로는 모든 일이 내 맘처럼 풀리지 않고 힘든 것이 도리어 하나님과 깊어지는 시간이 되니 감사했다.
그런 의미에서 런던에서의 유학생활은 말 그대로 하나님과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1년의 석사 과정은 내게 인생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모든 면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했다. 눈 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매순간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스치듯이 했던 기도에도 귀 기울이시고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모든 게 내 맘대로 술술 풀렸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이 곳 런던에서 살아 계시다는 걸 강하게 느끼는 수많은 경험을 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공부를 하면서도 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하나님이 이 모든 과정에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만으로 족했다. 내 안에, 나와 가장 가까이 계시는 나의 하나님 되시는 그것으로 감사했다. 매 주일의 예배시간, 수요예배의 기도 시간, 수련회 모든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 나를 드리며 그분을 구하며 그분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나를 살리는 시간임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이제 와서 런던 생활을 돌아보니 구석구석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연약함 투성이의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드러나서 힘들어 질수록 하나님께 더욱 의지하게 되었기에 감사하다. 하나님이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셨으니 감사하다. 속히 지나가는 한번뿐인 인생에 오직 그리스도를 위한 일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어디서든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