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크리스천(월크)’란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한지 두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이야기 공동체’란 가제로 광고를 냈던게 5월쯤이었고, 이후 마음을 모아 준 이들과 포맷을 여러차례 수정한 끝에 성사된 모임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뜻깊다. 모임의 포맷은 변했지만 방향성은 변하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를 실생활의 영역에서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 그렇게 모두에게, 사실 내 자신에게, 가장 절박했던 질문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있어 어떻게 달라야할까?’
SNS나 넷플릭스 등에 몰입하는 시간과 실제의 삶, 그 균형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본다. 우리가 느끼는 찜찜함의 근원은 뭘까? 바로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듯한, 어떤 것에도 깊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산만함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디어 금식이나 디톡스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우리 모임에서 매뉴얼로 사용한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이에 대해 다른 접근을 제안한다 – 내가 사용하고 누리는 모든 테크놀로지를 ‘필수’와 ‘Optional’로 구분, 분석한 후, 미니멀리즘이란 이름답게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은 가차없이 쳐낸다. 목표는 테크놀로지의 부재(absence)를 경험하고, 그 시간을 통해 내 삶을 정말 풍성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기록해보는 것이다.
월크는 한달 이야기하고, 한달 살아보는 걸 목표로 한다. 그래서 지난 한달간 우린 디지털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보았다. ‘묵상과 영혼의 풍성함’이란 공동의 목표를 추가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한달을 잘 견뎌낸(?) 멤버도 있었고, 어쩌다보니 줄이긴 커녕 맥시멀리스트로 살아 버린 이도 있었다(!) 내 경우엔 규칙을 잘 못 지킨 날이 많긴 했지만,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아예 집에 두고 나왔던 며칠이 큰 여운을 남겼다. 우린 직면해야 하는 감정이나 상황에서 도피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습관적으로 찾는 듯 하다. ‘부재’의 상황은 일차적으론 우릴 당황케했지만, 그것들이 빠진 삶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며, 갑자기 생긴 자투리 시간들이 우리 영적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감을 공통적으로 경험했다.
이 글의 제목은 어떤 걸그룹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니가 있다 없으니까 숨을 쉴 수 없어’란 노랫말은 지금 테크놀로지와 우리의 관계 자체가 아닐까? 21세기를 그것들 없이 살 순 없다. 그러나 기독교는 영혼을 다루는 종교이며, 우리의 신앙이 ‘지성소’까지 나아가려면 이젠 영적 생활을 보살피기 위한 다양한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결국 우리는 묵상이라는 오래된 전통으로 다시 눈을 돌린다. 테크놀로지의 시대, 세상은 영혼의 피폐함을 호소하듯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같은 것들로 눈을 돌리는데 정작 해답을 가진 성도는 말씀 앞에 오래 깊이 머물 수 없음에, 이 세대를 향한 주의 긍휼함을 구할 수 밖에 없다. 하여 여러분도 이 낯선 ‘부재’에서 시작해보시길 감히 도전한다. 곧 있을 겨울 수련회가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