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율법과 복음의 차이 4” – 이영주 목사

율법 아래의 삶과 복음(은혜) 아래의 삶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둘 다 성경을 사랑하고 그 교훈대로 살고 싶어 한다. 하나님을 위하고 그분께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도 동일하다. 다만 다른 점은 그것을 어떻게 이루느냐에 있다. 율법 아래의 삶은 그 모든 것을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내 의지로 그것을 이루고자 한다. 성경읽기도 기도도 열심히 하지만 그 근본적인 태도가 ‘내가’ 주님을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님을 의지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래서 율법 아래의 삶은 동기와 노력은 다 주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열심을 다한 결과는 항상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치 않고 원치 않는 악만 행하는’(롬 7:19) ‘역시 내 힘으로는 안 되는구나’하는 절망감을 경험하고 그것이 나중에는 죄책감으로 발전한다. 아니면 금욕적인 태도가 발동해서 한 동안 성경 읽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꾸준히 할 수 있다.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하고 술 담배도 안 하고 그렇게 나쁜 짓도 안하는 적당히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살게 되면 자기처럼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 쉽게 판단하는 마음이 생긴다. 실제로 ‘저 애는 왜 저래?’ 하며 수군거리거나 톡 쏘아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율법 아래 있는 사람은 못 살면 자기에게 화살을 쏘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반대로 잘 살면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쏘는 정죄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신앙의 up down이 심하다.

만일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이렇게 율법 아래 살아가게 되면, 들은 것이 많고 성경의 가르침에 익숙해서 아는 것도 많은데 실제로는 그만큼 살지 못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런 자신이 한심해서 무기력증과 ‘어차피 해도 안 되는데’라는 식의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그래서 율법 아래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알고 교회생활에 익숙해져도 그건 종교생활이지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닌 것이다.

반면에 은혜 아래의 삶은 내가 너무나 연약하고 무기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내가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추한 모습을 볼 때에도 ‘나는 왜 이렇게 밖에 행동 못하는 거지?’라는, 마치 ‘나는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 절대 이런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없어!’라는 식의 자기 부정을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님, 제가 이런 존재밖에 못됩니다. 그걸 너무 잘 아셔서 나를 위해서 십자가에 돌아가셨군요.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도와주십시오.’라고 겸손한 자기 인정과 간절한 기도로 주님 앞에 나아간다. 이런 태도를 예수 믿고 난 그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견지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믿음이 자란다는 것은 나의 본질이 바뀐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타락한 본질에 대한 깊은 인식은 자라가지만 그것에 집중하지는 않고 도리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내 안에 거하신 주님이 나를 다스리고 나를 통해서 사시기 때문에 남들 보기에 내가 바뀐 것처럼 비춰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연약한 나 자신은 그대로 있는데 그분의 능력이 내 위에 머물면서 나를 다스리고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고후 12:9). 그래서 바울은 이런 태도를 ‘믿음에서 (또) 믿음으로’ 사는 삶이라 했고, 하나님이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가는 사람 즉 의인은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롬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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