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명력 없는 예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에 교회에서 해 오던 몇 가지 중요한 예식을 의미가 있고 감동이 있게 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중에 하나가 유아세례식이다. 침례교와 같은 교단에서는 이 유아세례를 반대한다. 세례는 자신의 믿음으로 받아야지 부모의 결정에 의해서 받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논리이다. 이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고 그래서 나는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교인 우리 교단에서 유아세례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보면 그 나름 의미가 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표시로 할례라는 의식을 갖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령하셨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태어난 지 8일 만에 그것을 받게 했다. 이 할례나 지금의 유아세례나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에 근거해서 이뤄진다.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 20:6)
그래서 유아세례는 아이를 중간에 두고 하나님과 그의 부모가 서로 서약을 하는 예식이다. 부모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계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이고, 그러면 하나님은 나도 너희 자녀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내 백성으로 삼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자기 신앙으로 믿음을 고백할 때 ‘입교’라는 예식을 갖는다. 이 예식은 정말 감동적인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부모와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두고 한 약속들을 서로 잘 지킨 결과로 그가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유아세례의 의미가 잘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우선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배움의 시간으로 세례 전 공부를 하기로 했다. 부모가 되는 것이 왜 특권이 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자녀를 성경적으로 양육하는 것인지, 앞으로 내 자녀가 믿음으로 커가는 데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공부하는 것이다. 매번 가르쳐보지만 참 성경을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그 계획이 놀랍고 신비롭기만 하다.
이번 주간에 민호형제 네를 방문해서 함께 말씀을 나누며 그런 은혜를 경험할 수 있어 감사했다. 두 번째 만남이 있기 전에 아이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과 잠언을 읽어오는 것을 숙제로 내 주었다. 그리고 영우를 소개하는 동영상도 만들 생각이다. 이 예식을 통해서 또 한 번 우리 온 성도들과 함께 부모가 되는 그 영광스런 계획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