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는 많은 변화를 매년 거듭해 왔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익숙하다. 내 성격상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힘들어하기보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어서 이런 교회상황이 나에겐 낯설지 않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생각할 것도, 조정할 것도 많지만 계속 변화한다는 것은 어쩌면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감사한 일이다.
윔블던에서 새로운 예배가 시작된 지 한 달 하고 두 주가 지나간다.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기 때문에 장소와 시기가 절묘했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해서 첫 예배를 드릴 때도 분주하지 않고 마치 오랫동안 거기서 예배해 온 것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거의 매주 새로운 분들이 교회를 방문하고 계시다. 이미 정착하기로 정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좀 더 다녀보고 결정하려는 분들도 계시다. 어떻든 간에 청년이 많고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센트럴은 모를까 남쪽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예상했던 대로 나이 어린 청년들보다 나이가 있고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민은 그 부모님과 함께 오는 자녀들이 청소년인 경우 한국말이 서툴러서 한국어 예배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결국엔 집에서 따로 영어예배를 찾아서 드리게 되니까 가족이 다 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것을 보고 급한대로 우리교회 최초의 통역자였던 최지원 집사님에게 통역을 부탁해서 지난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 센트럴 교회가 그렇게 시작되었듯이 여기서도 그렇게 되어가는구나 싶어서 옛날 옛적 일이 생각났다.
그렇게 통역을 시작한 지난 주일에 외국인 남편과 함께 예배하러 온 성도가 있었다. 마이크 문제가 있어서 소리가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주중에 장비를 보완했고 통역할 장소도 예배실에서 다른 방을 알아볼 생각이다. 사실 통역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준비시키는 것을 보니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또 계획하고 계신가 보다.
특히 중고등부를 빨리 세워야 할 것 같다. 원래 계획으로는 당장 중고등부를 둘로 나눌 정도로 학생 숫자가 많지 않아서 우선 센트럴에서만 시작하고, 9월에 초등부에서 중고등부로 올라오는 학생들이 있을 그때 윔블던에서 시작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윔블던에 중고등부를 세우려면 당장 교사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금 윔블던 찬양팀과 주일학교 교사들처럼 아침 일찍 윔블던에 내려갔다가 오후 2시 센트럴 예배를 드려야 하니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으니 거기에 맞는 사람들을 보내주실 수도. 정 안 되면 통역부터 잘 진행하려고 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우리교회는 주님이 이끌어가고 세워가시고 계신다. 다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 주님이 하시는 일에 보조하면 된다. 레스토랑에 비교한다면 나는 종업원이고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시다. 주인은 계획부터 실행하는 전 과정을 다 신경 쓰고 이끌어간다. 나는 우리 성도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 곁에서 열심히 잔 심부름하는 성실한 종업원이 될 것이다. 지켜보자, 우리 주인이 어떻게 교회를 운영해가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