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월 15일에 큰딸 여경이가 결혼을 한다. 아내와 여준이는 먼저 한국에 갔고, 둘째 여진이와 여호수아는 주일예배 후에 바로 공항으로 가고, 나와 셋째 여원이는 화요일 저녁 비행기로 간다. 온 가족이 함께 가기는 11년 만에 처음이다. 나와 아내는 여호수아나 여준이 데리고 다녀온 적이 있고, 여경이와 여진도 개인적으로 가기도 했는데 여원이는 진짜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이 결혼식 때문에 일가친척도 한자리에 모이고, 한국에서 사역했던 교회의 성도들도 만나 뵙게 되고, 우리 꿈교회 식구들도 모처럼 보게 되어서 마음이 설렌다.
여경이가 결혼하기까지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보다 컸다. 가난한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는 음악학원에 싸게 보내준 게 다였는데, 그래서 ‘오히려 어릴 때 원 없이 실컷 놀아서 좋았다.’고 쿨하게 말해주는 딸들이 거저 고마울 뿐이다. 런던 왔을 때 여경이는 중학교 1학년, 여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여원이는 1학년에 들어갔다. 영어도 전혀 못하고, 학교도 한국처럼 집 앞에 보내주면 되는 줄 알고 보냈다가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에서 친구들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다. 그래도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보호와 도우심이 너무 커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고 다들 중간에 좋은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어서 여경이는 작년에 졸업하고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을 다니게 되었고, 여진이는 올해 졸업을 하고, 여원이는 대학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런던 와서 두 아들 여호수아와 여준이를 주셔서 가정에 남녀 비율이 어느 정도 맞추어졌다.^^ 셋째 여원이 낳았을 때도 늦둥이라고 했는데, 또 늦둥이 여호수아 태어났고, 거기에 늦둥이 중에 늦둥이인 여준이까지 다섯 자녀를 낳고 키운다고 지금도 수고 하고 있는 아내는 남들에게 늘 ‘great woman이라고 소개한다. 늦은 나이에 키우려니 체력이 안 돼서 힘들지만 남들이 하는 말처럼 나중에 잘 자라서 아내에게 큰 기쁨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호수아는 몇 주 전부터 한국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가면 붕어빵을 제일 먹고 싶다고 한다. 여원이는 다섯 살 때 여기 온 거라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고 친구도 없어서 낯설기는 하겠지만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어릴 때는 산 낙지 다리도 참기름에 찍어서 잘 먹었는데 과연 지금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처럼 가족들이 같이 가는 거라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이번에 여경이와는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대학 졸업하고 이제 모처럼 부녀간에 여유 있게 동네 카페라도 가서 커피 시켜놓고 마음에 있는 얘기라도 서로 나눌 만한 시간에 남친이 있는 한국으로 날아가더니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해서 마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경이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아빠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내 딸‘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이상하기만 하다. 성격이 좋아 주변에 사람들이 늘 많고, 생각도 깊어서 힘든 내색도 잘 안 하고 엄마 아빠를 잘 위해 주고 동생들도 잘 챙겨준 진짜 우리 집 장녀였다. 시댁 어른들에게도 벌써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 근사한 옷을 사 주면서 ’내 집에 시집와줘서 고맙다‘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는 것을 보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결혼식에도, 그 이후에 새롭게 출발하는 가정에도 우리 주님이 계속 은혜를 주시기를 기도해 주세요. 잘 갔다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