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얄팍한 인생을 살면 안 되는데” – 이영주 목사

작년 대학생 집회 강사로 오셨던 다니엘 김 목사님과 만날 약속을 잡을 때 과거로 회귀한 기분이 든 적이 있었다. 가지고 계신 전화기가 한국 폰으로 통화 기능만 있는 거라 그 흔한 카톡도 없어서 약속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해서 그 시간에 맞춰가야만 했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현대 문명기기와 이렇게 담을 쌓고 살아갈 수 있는지, 꼭 그렇게 살아갈 필요가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들기도 했다. 수련회 강사로 오시기로 구두로 약속하고 확정짓기 위해서 메일을 드릴 때에도 직접 하지 않고 관리하시는 권사님 통해서 해야만 했다.

한국에 살 때 뒤가 툭 튀어나온 구형 TV를 보다가 어느 날 ‘피익’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려서 ‘에이 차라리 잘 됐다.’ 싶어서 그 때부터 TV없이 살았다. 그래서인지 집 안에서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딸들의 노래와 율동 등 사람 소리로 시끌벅적 했었다. 영국 와서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해서 여호수아 혼자 놀게도 하고 영어도 익힐 겸 TV를 다시 보게 해 주었는데 너무 심취하는 것 같아서 사택 공사하고 다시 들어올 때 여호수아와 의논해서 TV를 또 없앴다. 처음에는 대개 심심해하고 그렇다고 책을 많이 보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내가 오래 같이 놀아줄 형편도 못되고 해서 아이에게 잘 한 일인가 싶었다. 주로 혼자 레고를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내더니 내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냈고, 집에서 가나다라 정도의 한글만 가르쳤는데 잘 몰라도 그림 보는 재미로 만화성경과 책들을 읽어가더니 이제는 곧잘 읽고 있다. 영어로 된 책 중에서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이 있으면 시리즈로 사주곤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책을 보는 재미를 붙인 것 같다.

한국에서 한 때 그렇게 유행했던 싸이월드를 지금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그렇게 인기 있던 페북도 요즘 시들시들해 지는 것 같다. 여전한 인스타그램, 인기절정인 유듀브도 머지않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일 년 전에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이 지금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듯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도 내년 이맘쯤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렇게 세상천지는 가볍고 일시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전 1:9-11)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데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이런 일시적인 것들에 빼앗기면 안 될 것 같다. 예수님의 죽음을 기념하는 오랜 교회전통인 사순절을 보내면서 미디어 금식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좀 습관이 붙으면 아예 가벼운 그런 미디어들은 멀리하고 묵직한 책을 끼고 살면 어떨까 싶다. 그 중에서도 영원히 남을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며 묵상하고 거기서 얻은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산다면 얄팍한 세상에서 중심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4-25a)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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