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꿈이있는교회는 참 신기한 공동체다. 대부분의 한인교회처럼 자체 건물이 없다 보니 많은 시간을 같이할 수 없다. 더구나 센트럴 캠퍼스의 경우 집이 교회와 멀다 보니 예배 후에 갖는 셀모임 장소를 교회 주변 카페를 이용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가족이 많은 윔블던 캠퍼스도 매번 자기 집을 오픈해서 모임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적인 만남 외에 따로 여러 명 모이는 모임을 하려면 시간 정하기도 어렵지만,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만만찮다. 더구나 요즘처럼 물가가 많이 올라간 때는 어디 나가서 식사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만큼 모임을 자주 가질 수 없는 게 늘 아쉬울 뿐이다. 모든 성도가 다 모이는 주일만 두고 볼 때 예배가 1시간 40분, 이어서 이뤄지는 셀 모임이 1시간 30분 정도, 그렇게 길지 않는 이 몇 시간으로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것이, 그것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이 모임을 통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교회를 보면서 진짜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일주일 중에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이렇게 적으니 앞으로도 우리가 모이는 그 시간 그 자리에 정말 하나님의 강한 임재와 충만한 영광이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간절함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거기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지만 그렇다고 고립된 섬처럼 혼자 지내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아무리 영국이 좋고,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에 신나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너무 그립고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낯선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온다. 그래서 그동안 신앙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조심스레 교회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너무 귀한 분들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주 만나면 정이 쌓여서 친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얼마 있지 않아 상대의 진짜 모습, 그 실체를 보기 시작하면서 실망도, 갈등도 생긴다. 용케 잘 극복하면 더 친해질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면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된다. 그렇다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쏙 뽑아서 사귈 수 없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될거란 보장도 없고 이래저래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큰 능력은 사랑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멀리하고 싫어할 이유는 다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상대를 여전히 소중하다 여기는 마음을 갖는 건 우리에게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어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정’만으로는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건 한계가 있다. 용케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해도 그런 관계는 새로운 사람이 끼어들기 어려운 패거리 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믿는 우리 가운데 계신 그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성령은 하나 되게 해주시는 영이라 하셨다(에베소서 4:3). 그분이 우리 인격에 맺는 열매는 ‘사랑’이라고 했다(갈라디아서 5:22). 비록 상황상 짧은 시간에 모였다 흩어지는 교회지만 부디 성령께서 우리의 모든 관계에 깊숙이 함께하심으로 금세 마음이 연결되고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공동체, 그런 신기한 공동체가 더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주님, 꼭 그렇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