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빌립보서 설교를 시작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더 알고 싶어서 골로새서를 수요예배 때 설교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Christ is all”(3:11)이었다. 그리스도가 전부이며 모든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 그리스도 외의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제아무리 대단한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조금도 유익이 없느니라.”(2:23)고 말했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일이며 괜한 시간낭비라며 평가절하 한 것이다. 골로새서를 통해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다는 확신과 더욱 그리스도를 바라보아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바울이 쓴 서신들 중에 소위 목회서신이라는 것이 있다. 교회를 맡아서 목회를 하고 있었던 디모데와 디도에게 보낸 바울의 편지였다. 교회 리더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목회자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사역해야 하는 지를 영적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울이 권면한 책인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가장 목회자에게 필요한 책은 고린도후서라고 생각한다. 일명 목회서신으로 일컬어지는 디모데전후서나 디도서가 목회에 대한 일반 원리를 가르쳐주는 책이라면 고린도후서는 목회자의 심장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그 고린도교회는 바울을 두고서 참 사도가 아니라는 둥, 그래서 그가 전한 복음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분명 바울이 개척한 교회 중에서 가장 그를 힘들게 한 교회였다. 그래서 그 교회를 위해서 두 번이라 그것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편지를 썼다. 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그의 내면적인 갈등과 아픔 그리고 고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목회서신들이 목회에 대한 이론을 담고 있다면 고린도후서는 그 실천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유일성을 이론적으로 잘 정립해준 책이 골로새서라면 그것의 실제를 보여주는 책을 들라고 하면 빌립보서라고 말할 수 있다. 바울이 얼마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얼마나 그리스도를 알고 싶어 했는지를 이 책을 묵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빌립보서는 고린도후서처럼 우리의 마음을 터치해주는 책이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2차 전도여행 때 최초로 복음을 전하여 세운 교회이다. 로마 시민권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로마에 대한 향수가 짙은 그곳에 바울은 하늘 시민권을 더 자랑하고 그 복음에 합당한 시민생활을 하라고 권한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죽음의 두려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바울, 너무 그분을 사랑하고 알고 싶어서 그분처럼 고난과 죽음까지 겪고 부활의 능력도 경험하고 싶다고 말하는 바울, 이 그리스도를 아는 것에 비하면 이전에 자신이 유익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은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바울, 이런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지 않고 자신의 영광을 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하면서 그 서신을 쓸 당시에도 눈물을 흘린다고 말하는 그 바울을 빌립보서에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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