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픈마인드 코너를 주보에 처음 넣은 것이 한국에서 청년부를 맡았을 때부터였다. 청년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서 내 삶과 마음을 좀 나누고 싶었다. 보통 주보에는 예배 순서나 교회 광고 위주로 되어 있고 읽을거리라고 하면 설교 요약이나 좋은 글을 퍼 나르는 정도였다. 당시 그 교회 청년들의 상당수가 주일 어른 예배만 드렸지 청년부 예배는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오래전이었으니까 직장인들이 주 5일 근무가 아니어서 토요일 오전까지 일을 했는데 청년부 모임은 그 토요일 저녁에 있었다. 그러니 쉬고 싶지 여간해서는 청년부 모임에 온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청년부에 오지 않는 여러 청년들을 접촉하기 위해서 주보에 나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일상을 나누었고, 그것을 가지고 주일예배만 참석하는 청년들에게 다가가서 주보를 나눠주면서 반갑게 인사하며 청년부에 한번 와 보라고 지속적으로 권하기 시작했다. 흥미를 끌기 위해서 내가 아내와 어떻게 만났는지 ‘내 사랑, 임미옥’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도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애독자들이 많았다.
그렇게 청년들이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청년부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직장에서 바로 돌아와서 배고픈 그들을 위해서 중간에 부장 집사님 내외와 아내가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예배를 뜨겁게 드리고 나오면 밥과 국 그리고 한두 가지 반찬으로 대접을 했는데 정말 맛있게 먹으면서 교제할 수 있었고 그 덕분으로 이십 여명에서 최고 많을 때는 백 명에 가깝게 모였다.
그런 예전의 사역들이 여기 런던에 와서 사역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0여명의 비빔밥을 준비해서 예배 후에 함께 먹었었다. 간단한 재료는 셀별로 돌아가면서 준비했고, 중요하다 싶은 것은 집사님들과 아내가 매주 준비했는데 가지 수가 일곱 개나 되었으니 꽤 맛이 괜찮았다. 테이블 세팅에서부터 먹고 난 후에 설거지까지 신경쓸 일이 많았지만 돌아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펜데믹 기간 동안 많은 청년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어도 예전보단 못하고, 앞으로 윔블든에 예배처소를 드리면 인원수가 그만큼 또 빠지니까 다시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벌써 아내는 머리를 굴리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니까 다시 예전처럼 유학생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식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 ㅠㅠ
무슨 일이든 멈추기는 쉽지만,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2008년에 내가 런던에 왔을 때에 윔블던에 20여명, 지금 있는 시내에 30여명 이렇게 나눠서 예배를 드렸었다. 그러다가 몇 달 후에 시내로 합쳤는데 인원도 60여 명 되고 찬양팀도 둘에서 하나가 되니까 봉사자가 많아져서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윔블던에 새로 예배처소를 준비하면서 없던 사역의 자리들이 생기고 그만큼 누군가가 그 자리를 맡아줘야 하니까 쉽지가 않다.
매번 새로운 일들이 생기는 변화무쌍한 교회여서 힘겹지만 썩은 물처럼 고여있지 않고 계속 생수가 공급된다는 증거이니 감사하다. 변화를 원하면 그만큼 수고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