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믿음’이 아닐까 싶다. 기도제목 가운데서도 ‘믿음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일 많을 것이다. 우리가 믿음이라고 할 때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그 살아있는 인격에 대한 의존과 신뢰이다. 그렇게 보면 믿음이 자라게 하려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서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면 된다. 우선 상대가 정말 믿을만한 인격의 소유자인지를 알아보는 일부터 먼저 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것을 확인해 가면서 그 믿음을 키워갈 것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를 입만 벌리고 기다리듯 ‘나에게 믿음 좀 줘보라구요!’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님을 기다리듯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믿음을 키워가는 데 제일 중요한 첫 순서는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소개한 책이 성경책이기 때문이다. 영원 전부터 계셨던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이 어떻게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우리 인류를 어떤 목적으로 이끌고 계신지 성경을 보면 다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 한 개인과의 만남에서,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제국인 앗시리아, 바벨로니아, 페르시아 등의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그분의 모습도 다 기록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분이신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데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단연코 성경은 이분을 증거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다(요 5:39). 더구나 이분에게 집중할 때에야 비로소 창조주 하나님이 나 개인의 하나님이 된다. 세상을 만드신 그 크신 분이 내게 관심이 있을까? 관심이 있다 해도 이렇게 허물투성이인 내가 그분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신 목적을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죄인인 나를 구원하기 위해서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 대신 못 박아 죽게 하심으로 값없이 거저 선물로 구원받게 하셨고, 그의 자녀 삼아주셨다는 사실이 성경의 하나님이 바로 내 하나님, 내 아버지가 되실 수 있다는 것을 확신케 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 사실이 우리가 그분을 믿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사실이다.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내가 계획했던 일이 다 막히고, 이런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의 믿음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믿음은 보이지 않고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히 11:1).
내 개인적으로도 살아오면서 여러 번 몹시 불안했던 때,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기도도 잘 안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분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그분이 바로 나를 위해서 돌아가셨다는 그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음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거기에 확실히 뿌리를 내려야 흔들이지 않을 수 있다. 나를 지탱해왔던 세상의 버팀목들이 다 무너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그 십자가가 나를 굳게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