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묵상의 영역
우리가 묵상의 시간에 묵상해야 하는 영역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단연코 성경입니다. 두 번째는 나의 삶입니다. 순서로 본다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먼저 묵상해야 합니다. 거기서 하나님을 만나서 그분이 무엇이라고 말씀하시는 지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가지고 내 삶으로 들어가서 내 삶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여행으로 비유하다면 첫째는 성경을 여행하고 그 다음에 내 삶을 여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공부 교재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질문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성경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또 어떤 질문은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보통 급하게 예습을 할 때 이런 삶의 질문에 대해서는 비어놓거나 아니면 아주 원론적인 답만 합니다. 예를 들면,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다, 성경을 많이 읽겠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살겠다는 식이죠. 내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금방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곰곰이 돌아보지 않으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매일 우리들이 뭔가에 쫓겨서 분주하게 살다보니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성경도 잘 연구하지 않지만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잘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지하게 내가 걸어가는 삶의 방향이 잘 잡혀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갖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그냥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묵상시간을 통해서 성경 안으로 여행하는 것뿐 아니라 내 삶에로의 여행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그 놀라운 성경의 능력이 내 삶에 들어와서 나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5. 묵상의 4단계
첫째 관찰단계입니다. 관찰이란 여러 차례 본문을 읽으면서 본문에 기록된 내용을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관찰의 과정이 없이 주관적으로 본문을 해석한다든지 성급하게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관찰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읽을 본문과 친숙해 지는 것입니다. 친숙해 지려면 본문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통합적으로 보려고 해야 합니다. 전후 문맥, 육하원칙을 따라 보면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할 정도까지 살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꼼꼼하게 단어와 구절의 뜻이 무엇인지도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아마 이 과정에서 성경책만 봐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생길 것입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다음의 단계로 우리를 인도하게 합니다. 아무튼 이 관찰의 단계의 목표는 성경을 덮고도 내용의 흐름이나 논리의 흐름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해석단계입니다. 해석이란 본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찾는 작업입니다. 오늘날 이 말씀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발견하기 전에 처음 이 말씀을 기록한 저자가 일차 수신자에게 전달하려고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그 의미를 찾아내는 단계입니다.
해석단계가 관찰단계와 다른 점은 성경 외에 다른 보조 자료들(관주 및 성구사전, 성경사전, 주석과 강해서 등)을 참조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보면서 관찰단계에서 궁금했던 질문들을 해결해 가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교회 성도들에게 평생 성경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서 주석 하나 정도는 소장하라고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ESV 스터디 바이블이나 IVP성경주석을 많이 권해주고 있습니다.
관찰이 본문에서 여러 개의 진주들을 발견하는 것이라면 해석은 그것들을 꿰어서 진주목걸이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석의 목표는 본문을 연구하고 기도하면서 주신 깨달음을 간단하게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셋째 감동단계입니다. 앞의 두 단계는 묵상의 첫 번째 영역이 성경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 단계부터는 내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해석을 통해서 얻은 본문의 의도를 가지고 성령께서 지금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를 듣는 것입니다. 해석단계에서 찾은 그 의미가 큰 울타리가 되어서 그 속에서 나를 향하신 그분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이 감동의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기도하면서 성령의 인도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해석의 단계에도 기도를 통한 성령의 조명이 중요하지만 이 감동의 단계야 말로 성령과 교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성령께서 그 본문을 통해서 내게 주시는 그 감동스런 말씀을 가지고 내 삶 속에 들어가서 낱낱이 살펴보는 여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성령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고, 또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되는 지도 그분께 여쭈어보며 인도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은혜와 능력도 함께 구하는 것입니다.
넷째 순종단계입니다. 관찰을 통해서 어렴풋이 발견하고, 해석을 통하여 분명하게 이해된 진리를, 기도하면서 성령께서 감동으로 내 개인에게 주신 그 말씀을 이제 내 삶에 정확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만일 여기서 주님이 주신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다면 앞의 단계들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마치 아이가 유산(流産)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내가 너희에게 들려준 그 은혜로운 말씀을 만일 듣고도 행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자와 같다고 하셨습니다(마태복음 7:24~27). 순종하지 않은 말씀은 다른 사람을 판단이나 하는 교만의 재료가 될 뿐입니다. 또한 깨달은 것,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형식적인 태도, 감정적으로 뭉클한 경험, 다른 사람에게 은혜롭게 나누는 것을 가지고 순종했다고 착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만일 계속 불순종한다면 나중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묵상의 최종 목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대로 살아가는데 있습니다.
삼 회에 걸쳐서 제가 경험한 묵상에 대해서 나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성경 묵상에 한 번 도전해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매일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