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열정이 있어서 두 선교단체에서 여러 가지 훈련이나 경험을 했지만 그 중에서 지금 목회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묵상입니다. 지금도 성경공부나 설교를 준비할 때 주석과 같은 서적을 보며 연구하지만 가장 마음을 쏟는 것은 묵상입니다. 묵상에 대한 강의와 책도 많지만 몇 차례에 걸쳐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묵상에 대해서 나누고 싶습니다.
1. 묵상은 무엇인가?
무엇이든 의미와 목적을 바르게 규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흔히들 잘못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묵상을 성경책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거기서 나름 좋은 교훈을 찾고 그것을 내 삶에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묵상은 성경책을 가장 중요한 소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단상이나 명상과는 다르지만 그 성경책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 묵상입니다. 그러니까 성경은 하나님과 내가 만나서 교제하는 최상의 ‘만남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의 성경 묵상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책망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너희들이 영생을 얻기 위해 열심히 성경을 상고했지만 정작 그 성경이 가리키고 있는 내게는 오지 않는다.”(요 5:39~40). 결국 성경이 예수님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고 한다면 그 손가락만 연구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고 있는 예수님에게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2. 묵상은 예배다.
묵상이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로 생각하면 묵상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경책을 보고 교훈을 찾는 시간이 묵상이라고 생각하면 머리만 사용하면 되겠지만 살아있는 인격체를 만난다고 하면 마음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오늘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하는 것과, 거기서 대통령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겠다고 하는 것은 마음자세부터가 다릅니다.
그래서 나는 묵상을 경건의 시간 즉 Quiet Time이라고 부르기보다 예배라고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예배라는 단어는 왠지 하나님을 의식하게 하고 그 인격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묵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그런 태도, 즉 겸손하고 사모하고 경외하는 ‘마음’이 묵상의 승패를 가름합니다. 묵상이 잘되고 안 되고는 지적인 능력에 달려있지 않고 마음의 상태에 달려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의 상태가 중요하지 않은가? 마음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무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고, 만나도 별로 유쾌한 시간은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성경책으로 나아가기 전에 마음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을 봐도 머리에서만 빙빙 도는 따분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