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 류다희

광야에는 길이 나있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금세 다시 그 흔적이 모래로 덥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 같은 광야로 많이 비유가 됩니다. 그건 아마도 광야와 같이 우리의 삶에도 정해진 길이 나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런던에 와서부터는 보다 더 주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더 많은 선택을 스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생각과, 계획을 하나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쑥스러웠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원하는 게 있으면서도, 눈 가리고 아옹하듯, 그저 하나님 뜻대로 나를 인도해달라고 기도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저와 더욱 친밀히 교제하길 원하셨습니다. QT와 공동체 안에서의 교제 등을 통하여 제게 시편 20장 4절과 같은 말씀들을 꾸준히 보여주셨습니다. “네 마음의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네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 예레미야 33장 3절,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그렇게 제 마음을 솔직하게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연습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솔직하게 기도하라고 하시니까, 그렇게 하긴 하는데요, 제가 기도한 대로 안 이뤄주셔서 제가 하나님한테 실망하게 되면 어쩌죠?”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Plan A가 이뤄지지 않을 시를 대비하여 Plan B, Plan C, Plan D까지 꾸려 놓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바라는 대로 이루셨던 적도, 그렇지 않으셨던 적도, 응답을 지체하시며 오래 참고 기다리게 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들을 거치며 제가 배우게 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1. 하나님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관심이 있으시다는 것
2. 그리고 하나님은 Plan B가 필요 없으시다는 것
제가 기도 제목이 이뤄지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때, 하나님은 무엇보다도 저와 깊은 사귐을 원하셨습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오래, 그리고 깊이 머물기를 원하셨습니다.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제게,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 하자고 사랑의 고백을 전해오셨습니다. 깊은 사귐을 통해 제가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알게 되길 바라셨습니다.
또 제 기도에 응답하시고, 거절하시고, 지체하시는 과정을 통해,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고, 모든 상황을 꿰뚫고 계시는, Plan B가 필요 없으신 완벽하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저를 온전하게 신뢰해주시는 하나님 당신을 저도 온전하게 신뢰하게 되길 원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끊임없이 하나님을 의심하고 배반하고를 반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더욱 끊임없이 하나님께 나아가고, 하나님 안에 머물며,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광야 같은 나의 삶의 여정 가운데, 길 잃지 않고, 나의 인생의 종착지 되시는 하나님 앞에 끝끝내, 잘 도착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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