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가 짧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9시가 넘어야 어두워지곤 했는데, 이제는 8시만 되어도 하늘이 금세 어둑해진다. 바람도 한결 선선해졌다. 어깨를 스치는 찬 공기에 몸을 움츠리다, 문득 지난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다.
올여름 나는 참 많은 만남과 작별을 경험했다. 한국에서 온 단기선교팀과 비전트립 팀만 해도 아홉 팀이나 된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멀리서 온 만큼, 새벽부터 밤까지 그들이 가능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짧았지만 깊었던 시간만큼, 작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공항 입국장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 인사를 나누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어느새 출국장에서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얼마 전까지의 시끌벅적함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다.
교회에서도 그렇다. 늘 같이 있을 것만 같던 익숙한 이들이 유학을 마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간다. 셀리더들로부터 파송 소식을 전해 듣는 일은 이제 익숙할 법도 한데, 정작 “목사님, 이번에는 제가 가요”라는 말을 들으면 또 다시 마음이 허전해 진다. 여러 번 겪은 일인데도 여전히 쉽지 않다. 다음 주에도 환히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들을 그렇게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누군가 들어왔다가 나간 마음의 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떠나는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을지 모르지만, 남은 이들의 마음에는 빈자리가 오래 남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 아버지를 떠올린다. 독생자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실 때, 그 마음은 어떠셨을까. 헤어짐은 늘 힘들고 아프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씩 더 배워간다. 내가 품은 그리움보다 더 크신 사랑으로 나를 품어주시는 하나님, 그분의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이제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다. 떠나보낸 만남들의 여운은 여전하지만, 동시에 주님이 열어가실 가을과 겨울에 대한 기대도 자리한다.
“주님, 떠나가는 모든 이들을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어디에 있든 주님 안에서 평강하게 하시고, 남은 이들의 마음에도 당신의 위로가 머물게 해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까지, 서로를 주님의 은혜로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