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에 휴가를 떠난다. 글라스고에서 목회하시는 후배 목사님이 계셔서 가이드 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그 집에 3일 정도 머물면서 그렇게 좋다고 말로만 듣던 에딘버러도 보고 올 생각이다. 에디스 쉐퍼가 쓴 ‘가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가족 간의 세대 차이는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공통분모가 되어서 서로를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한국에 목회할 때는 휴가도 양가 부모님 뵙는 것에 써서 특별히 가족을 즐겁게 해 준 게 없었다.
그러다가 영국 오기 전에 대명 콘도를 빌려서 처음으로 가족까리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 근처 호숫가에서 오리 배를 발로 자전거 타듯이 타면서 죠리퐁을 던지면 주변에 잉어 떼들이 시커멓게 몰려들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많이 흘러 그 때 너무 어렸던 여원이는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 여행을 가져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휴가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휴가를 통해서 내 마음에 갖고 가는 소망 하나가 더 있다. 그 후배 목사님과 그 가족들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오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집도 제공하고 음식도 신경을 써야 하고, 바쁜 목회 일정가운데 선배 목사님이라고 가이드도 해 줘야 하니까 사실 짐을 안겨주는 것이지만 이번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목사님 내외분과 그 자녀들에게 마음과 영이 새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처럼 네 자녀에다 처음으로 해 보는 담임목사직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겨워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같이 네 자녀를 키우고 먼저 담임 목사를 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그분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함께 새벽기도도 드리고 여건이 되면 아이들 놀 때 함께 예배도 드리면서 두 손 붙들고 기도도 하고 싶다.
휴가 마치고 돌아오면 아마 금요일 새벽이 될 것 같은데, 그날 오후와 저녁에 런던열방교회 수련회 말씀을 전하러 간다. 아내는 금식하며 가서 말씀을 전해도 은혜를 끼칠까 말까 한데 휴가 기간에 기도 없이 무슨 집회 인도냐고 만류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것을 알고도 나를 초청한 그 목사님의 마음이 자꾸 느껴져서 정말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그 목사님도 나보다 어리고 담임목사도 처음이라 누구나 겪는 여러 가지 목회의 힘겨운 일들에 대해서 내가 잘 이해해 줄 수 있고 조금이라도 필요한 말씀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그 목사님과 교회가 너무 귀하게 여겨져서 많은 기도를 드릴 수는 없지만 하나님만 믿고 가서 주신 말씀을 전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성도들이 내 대신 이 일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