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프란시스 쉐퍼 박사의 책을 많이 읽었다. 이분은 기독교 철학자, 변증가, 전도자이시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라브리’라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거기에 스키 타러 오는 다양한 종류의 무신론 배경을 가진 지성인들과 모닥불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복음을 전하신 분이시다.
이성을 절대시하는 합리주의는 반대하셨지만, 기독교 신앙은 합리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믿지 않는 분들의 진지한 질문에 성의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며 철학, 신학, 문학, 예술, 환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이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셨다. 그렇지만 믿음은 논리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고 믿고 열심히 기도하셨던 분이셨다.
내가 그분처럼 박식해서 모든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분처럼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대학시절 많은 의문을 갖고 일대일로 성경공부를 하던 나를 예수님이 만나주셨기 때문에 설교도 성경공부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근에 한국을 3주간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서 열심히 전도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지하철 입구에 서서 찬양과 복음 메시지까지 녹음된 것을 들려주면서 전도지를 나눠주시는 분들, 나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과 로마 군병 복장을 하신 분이 실내 역전을 천천히 거니시는 모습.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전도하지 않는 분들보다야 백번 천번 낫다고 생각하고, 또 그분들의 뜨거운 영혼 사랑과 전도의 열정도 다 이해가 되지만 왠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전도와 관련해서 우선 먼저 집고 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거부감 주지 않는 지혜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한다 해도 세상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 자체가 가진 메시지가 ‘예수 외에는 구원의 길이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준다. 예수님이 그렇게 선한 일을 많이 했어도 당신이 하나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바울도 그렇게 지혜롭게 복음을 전했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 때문에 어디를 가든 박해를 받았다. 복음은 믿는 자들에게는 가장 큰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이지만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것이고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때 무관심과 냉대와 조롱을 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예수님과 바울이 보여준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본다. 예수님께서는 만나는 사람에 맞춰서 메시지를 전하셨다. 삭개오, 니고데모, 수가성 여인에게 나눈 대화가 다 달랐다. 바울도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는 구약의 많은 성경구절을 인용했지만, 이방인들에게는 아무런 구절도 인용하지 않았다.
태도에 있어서 비굴하지 않고 확신에 찬 담대함은 가지셨지만, 모든 사람에 대해서 겸손하셨고 긍휼과 사랑으로 항상 대하셨다. 나도 성의 있는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 계속 성실하게 연구하고, 만나는 모든 믿지 않는 분들에게 친절과 겸손한 태도를 갖고 싶다. 벽보고 혼자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소통이 이뤄지는 그런 전도를 하고 싶다. “주님, 저를 더 양육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