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고향이 어디야?” “너는 너가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해?”였다. 태어나다보니 독일인 친구들 사이에서 뛰어 놀고 있었고, 부모님의 사역으로 인도 콜카타로 가게 되며 고등학생 때 혼자 웨일즈로 공부하러 갔다.
나는 나를 ‘이방인’으로 따로 자칭해보지 않을만큼 정체성이 뚜렷하지가 않았고, 정체성이라는 기준을 늘 어떤 표면적, 사회적 측면으로 뒀다. 단순히 어떤 나라, 문화, 주변환경으로 나의 정체성을 찾고 판단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에 살고 돌아다닌 나로써는 대답이 늘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나는 늘 “영국이요”라고 대답이 목까지 올라올 때가 많았다. 그만큼 영국은 나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나에게 여러 의미가 있는 곳이다.
마음이 편한 곳을 고향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사전적 의미로는 ‘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영국이라는 곳이 나에게 고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태어난 곳, 언어를 처음 배운 곳보다는 영적으로 성장을 한 곳에 기준을 두고 싶다. 그래서 영국은 나에게 영적 고향이다.
말 그대로 나는 부모님의 하나님이 아닌 살아계신 나만의 하나님을 영국에서 만났고 17살 때 이 곳으로 온 뒤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쌓으면서 영혼이 많이 자랐다. 무엇보다 신앙적 편식을 고쳤다. 단순히 내가 생각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랑의 모양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제는 하나님의 기준들을 더 생각해보게 되었고 성경에 담겨져 있는 하나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이 세상과 타협한 기준들을 버리고 새로운 자아로, 즉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영적 성장은 런던 꿈교회 없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오픈마인드를 쓰면서 나는 다시 한번 크게 감동한다. 17살에 영국땅으로 보내주신 것이 단순히 공부를 해서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론 그것도 하나님 그림의 일부이겠지만) 런던 꿈교회를 만나게 해주시려고 나를 보내신 게 분명하다.
평생 마음으로 기억할 믿음의 동역자들을 만난 곳이기도 하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태어나다보니 주일학교에서 율동하고 있었던 어린이가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여러 교회를 다니게 되었지만, 잠깐 스쳐 지나갈 인연들에 마음을 아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꿈교회에 있으면서 모든 만남에는 우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초동안 눈인사를 나눈 사이에도 하나님께서 뜻하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든 인간관계 안에서는 내가 해야할 일 아니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여주시고자 하는 게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공부하는 동안 사람을 통해서 나에게 알려주시기도 했고 도움을 받기도 했으며 여러 모양으로 나는 꿈교회에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교회 안에 있는 공동체는 더욱더 귀중하다고 생각한다. 셀은 물론 찬양팀을 섬기면서 나는 하나님안에 있는 관계들이 완전하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 익숙하지가 않아 어려울 수 있겠지만 같은 하나님을 섬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완벽한 케미스트리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 그곳이 참된 하나님의 가정집이라고 나는 생각이 든다. 각 다른 모양으로 지으신 하나님의 결과물들이 같은 뜻으로 모인 곳이 얼마나 하나님 시선에서 귀한가.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영적인 관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셨다. 꿈교회 셀원들과 매일 밤에 합심해서 기도하자는 마음으로 기도시간을 정하기도 하며, 찬양팀 안에서는 삶과 기도제목들을 나누며 서로 영적으로 친밀해지는 이 모든 영적 관계들이 나에게 큰 힘과 돌파구가 되었다.
런던에서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감사한 것 밖에 없다. 영국 공항에서 처음 발을 내딘 순간부터 하나님은 신실하게 또는 섬세하게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때는 별게 아닌 것처럼 모든 게 다 우연으로 받아들여 그 순간을 놓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사실상 하나님의 크신 손길의 흔적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과거는 미화된다’는 말이 있는 거 보면 영적인 세계가 분명히 있음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모든 삶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영국에서 만났던 하나님을 계속해서 더 마주하고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늘 생각해왔던 것 중 하나는 하나님께서 런던 꿈교회를 통해 크게 일하고 계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수 많은 젊은 청년들을 쓰시고자 런던 꿈교회를 세우신 것 같다. 하나님을 사랑해서 그분을 위해 살고 쓰임 받을 청년들을 이교회를 통해서 키우신다는 것을. 나는 아마 70세가 되어도 (그때까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면) 런던 꿈교회를 회상하며 “정말 뜨거운 교회였지”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