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나는 왜 이리 바쁠까?” – 이영주 목사

나는 말씀을 묵상하거나 설교를 준비할 때 네 단계에 걸쳐서 한다. 관찰, 해석, 감동, 순종의 단계이다. 관찰은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다. 몇 번이고 본문을 반복해서 읽는다. 영어 성경이나 다른 한글 번역 성경들도 대조해서 읽는다. 이렇게 하면 전체 문맥이 들어오고 무슨 내용인지도 파악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궁금한 점도 생긴다.

해석단계에서는 관찰할 때 가졌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신학자들이 수년간 그 본문에 대해서 연구해서 기록해 놓은 주석 책을 가지고 더 꼼꼼하게 연구한다. 한 권으로는 부족해서 여러 권의 주석 책들을 대조해서 살핀다. 어떤 배경에서 기록했고,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무엇인지도 알아간다. 이것을 면밀하게 끝내면 ‘아, 이 본문은 이런 의도에서 그 당시에 쓰여졌구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관찰과 해석단계가 그 성경이 쓰여질 그 당시에 집중한다면, 감동과 순종단계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의 삶에 집중한다. 기도하면서 성령께서 이 본문을 통해서 내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청종하는 시간을 가진다. 묵상이라고 할 때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한 시간이다. 어떤 경우에는 한두 시간으로도 부족하고 며칠이고 주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그분의 얼굴을 구해야만 한다.

그러다가 순간 내가 직면한 상황과 필요에 맞는 말씀이 내 마음에 떠오르게 될 때 감동이 밀려온다. 폭풍이 이는 갈릴리 바다를 향해 ‘잠잠하라’하니 이내 조용해졌듯이 주님이 주시는 말씀은 내 복잡한 생각을 정리시켜주고 요동치는 마음을 잔잔케 한다. 이제 그 말씀대로 온전히 순종해 간다. 이 과정에도 헌신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지만 순종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면 내적인 갈등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순종하기 위해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님이 하셨던 기도처럼 성령 충만케 해 달라고,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물러서 주신 말씀대로 순종하게 해 달라고 전심으로 매달려야만 한다.

관찰 해석 감동 순종단계 중에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내가 매주 바쁜 가장 이유는 이렇게 말씀을 연구하는 과정 때문이다. 셀 리더모임, 골방 세우기 프로젝트 모임, 두 번의 설교를 위해서 네 번의 다른 본문을 준비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세 간다. 하나를 끝내고 돌아서면 다른 게 기다리고 있다. 학생이라고 하면 매주 네 개의 작품과 에세이를 제출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몇십 년을 이렇게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했어도 여전히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게 많다. 어느 정도 익숙하다 생각하는 본문도 막상 연구하면 모르는 게 많아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 과정이 때론 피곤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여기 런던에서의 목회가 오로지 말씀 연구에 올인하게 해 주어서 본질에 충실한 사역을 하게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이것도 나눌 수 있는 성도가 있고 교회가 있어서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성경을 읽고 연구를 한다 해도 지금처럼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계속 새롭게 배우는 것도 없고, 그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다인 줄 알고 편협하고 굳어진 생각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다. 밑그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작품을 가지고 매번 그 모임에 가야 하니 진액을 다 쏟을 수밖에 없다. “주님, 제가 주님의 말씀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가르쳐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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