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영국에 왔을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교회연합이었다. 그래서 왔던 그달에 재영한인교회 연합회 목회자 야유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박을 사서 들고 목사님들에게 인사드리러 갔다. 그것을 좋게 보신 목사님이 그 다음해 연합회 회장이 되시면서 임원 구성을 하실 때 나를 중요한 서기 직책을 맡겨주셨다. 당시만 해도 모든 문서를 우편으로 발송하던 시절이었는데 우표 종류도 모르고 영어도 서툴러서 다른 목사님을 모시고 우표 사러 우체국을 들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임원을 하면서 여러 한인교회들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게 되고, 나와 우리교회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어서 처음 영국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에 교회사역이 바빠지고 아들 둘을 낳게 되면서 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오로지 교회와 선교를 위해서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남편과 아빠 역할도 잘 못하는 데 연합회 임원까지 과외로 시간을 더 내는 것은 무리였다. 아직도 막내 여준이가 Year 1이어서 아침과 오후에 학교에 데려주고 데려오는 일을 도와줘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수없이 ‘아빠 놀아줘’라고 요청하는데 모임 준비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러기에는 미안하다.

몇 년 전부터 연합회 부회장으로 섬겨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부회장이 되면 그 다음 해에 회장으로 자동 승격된다. 연합회 회장직이 명예직도 아니고 순전히 봉사하는 자리여서 언젠가는 그렇게 섬겨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다. 아내가 갱년기여서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고, 대가족을 위해서 매일 해야 할 집안일도 많아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고, 여준이 외에도 사춘기에 접어든 Joshua에게 신경 쓸 일도 많아서 그렇게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른 임원으로라도 섬겨달라는 요청도 여러 번 사양했지만, 너무 죄송해서 올해 대외협력국이라는 자리를 맡아서 섬겼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즐겁게 임원으로 섬겼지만 역시 한해 해보니 아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올 4월에 윔블던에 세운 교회를 위해 신경 쓸 일이 많고 새해에 새로 시작할 사역들을 생각해 보니 더 바빠질 것 같아서이다. 그동안 런던 내 선교에 집중하다 보니 몇 년째 못가고 있는 인도도 내년에는 단기선교로 가고 싶고, 런던 내 디아스포라 선교를 위해서도 각 종족과 교회 현장조사와 그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섬기는 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교회 내적으로는 몇 년 전부터 시도해 왔던 전공과 직장에 따른 영역별 모임을 체계화해서 우리교회 출석하는 성도들이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세상 가운데서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도와주는 일도 하고 싶다. 또한 한인 2세와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은 이때 그들을 위한 Multicultral church도 세우고 싶다.

이 모든 일들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주님이 큰 은혜를 주셔야 하고 또 우리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어야 할 일들이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다가오는 월요일에 연합회 총회가 열린다. 부디 모인 목사님들이 나의 이런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러나 도시 내 디아스포라 선교를 위한 사역이 본격화되고 교회적으로도 계획했던 중요한 사역들이 안정적으로 세틀되면 그 주신 은혜와 복을 가지고 연합회 목사님들과 함께 주님이 부르신 이 자리에서 즐겁게 동역하고 싶다. “주님, 꼭 그렇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