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꼭 영국에 가리라 마음 먹었다. 계속 된 워홀비자 탈락과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번 영국행이 멀어지면서 하나님의 뜻이 아닌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포기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이면 안가겠지만 내게 주어진 기회동안은 도전할게요’라는 마음을 가지고 4번의 비자신청 끝에 마침내 영국 땅을 밟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언어 뿐만이 아닌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의 삶, 그래서 하나님만 붙들고 하루하루를 살기를 나는 감히? 그렇게 바랐다. 그 삶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나는 나를 그렇게 런던이라는 시험대 위에 올려두었다.
내가 스스로 자초한 시험은 시작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런던에 오자마자 감기가 시작되어 두달 동안 괴롭히던 인후염이 가시자마자 대상포진이 발병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보려는 나에게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스트레스와 육신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힘듦을 아무렇지 않게 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거지? 그동안 잊고 있었다. 생각만큼 나는 강하지 못하고 나약해 빠진 그저 사람이라는 걸. “하나님은 감사해요 사랑해요” 이런 기도만 원하시는게 아니라, “많이 아파요 그게 너무 아파서 힘들어요” 라고 고백하길 원하시는 구나. 육신의 아픔이 아니라, 새어나오지 않게 꼭꼭 덮어두었던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아픔을 다 드러내기를 원하시는 구나.
나에게는 장애를 가진 오빠가 있다. 동생이지만 어릴 때부터 양보는 당연한 것이고 질투는 사치였다. 오빠에게 쏠린 가족의 관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뒷전이었고, 엄마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오빠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걸 알지만 어릴 때에는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 오빠는 내가 지켜주어야하는 존재여서 강해야 한다고 늘 스스로를 다그쳐 왔고, 내 힘듦을 부모님이나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드러내는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하나님께도 내 깊은 곳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웠나보다.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는데, ‘너는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거 같다’, ‘힘든 거라고는 모를거 같다’ 등의 말들. 분명 나쁜 말은 아니고 나쁜 의도도 없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그런말을 하지?’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다.
그러다 수요예배에 나와 기도를 하다 하나님께서 자꾸 건드시는 내 아픔을 샅샅이 다 토해내었던 날,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이 나를 정말 정말 엄청나게 많이 사랑하셔서 다른 사람들 눈에 티가 날 정도로 나에게 그 사랑을 넘치게 부어 주셨나보다’, ‘사람들 말대로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거였구나’. 숨겨두었던 내 마음을 그분 앞에 다 털어놓은 후에 구름위에 떠 있는 듯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나님의 위로가 느껴졌다. 그 이후로는 그 말이 정말 듣기 좋고 감사하다.
하나님은 그때의 고통을 통해서 나를 깊이 위로하시기를 원하셨던것 같다. ‘너는 약해도 괜찮아 아파해도 괜찮아. 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그런 너를 내가 참 많이 사랑한단다’ 라고.
퍽 보기 싫은 대상포진 흉터가 왼쪽 손등에 남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상처를 볼 때마다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의 증표처럼 느껴진다. 꿈교회라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꿈교회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하나님 앞에 드러내는 법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런던에서 지낸 지난 날 동안 하나님의 사랑을 참 많이도 발견하고 받았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날들일 것이다.
많이 아파하고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배로 누리는 꿈교회 공동체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시 5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