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IND

“겸손에 대하여” – 이영주 목사

겸손하면 남들 앞에 자신을 낮추고, 잘 드러내지 않고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는 모습을 떠올린다. 자기를 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면 옳지 않다. 겸손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하는 곳은 빌립보서 2장이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세운 교회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교회 중에 하나였고 바울이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한 교회였다.

그런데 그런 교회도 부족한 게 있었다. 교회 가장 중요한 여성 리더 두 사람이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그 라인에 선 사람들끼리도 나뉘어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서 겸손을 강조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그는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3-8)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자기’와 ‘남, 다른 사람들’이다. 결국 겸손은 나를 위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에 대한 가장 좋은 정의는 ‘다른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충성, 헌신,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빌립보서 2장에서 바울은 예수님의 그 겸손의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을 예를 든다. 디모데를 빌립보 교회에 보내면서 그를 추천하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의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않지만 디모데는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바울과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했다’고 말한다(2:21-22). 그리고 그 교회에서 옥중에 있는 바울을 섬기라고 보낸 에바브로 디도를 다시 돌려보내면서 ‘그가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아니했다’며 그를 모든 기쁨으로 영접하고 존귀하게 여기라고 말했다(2:29-30).

결국 겸손은 자기 중심적이지 않고 이타적인 삶, 그리스도를 위하고 그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충성되게 살아가는 것이다. 바울이 순교 직전에 디모데에게 쓴 서신에서도 ‘충성된 사람’을 그리스도의 병사에 비유하면서 ‘자기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병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는 사람’(딤후 2:4)라고 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받은 종은 주인이 준 그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일에는 열심히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을 받았다.

이렇게 보면 겸손은 대개 적극적인 행동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우리더러 먹이고 돌보라고 맡긴 그분의 양들을 위하는 일에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마태복음 25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양과 염소비유에서 보듯이 ‘너희 중에 있는 소자에 대해서 어떻게 행했는지’를 보고 심판하시는 것이다. 행위구원이 아니라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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