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나는 누구를 만나든 항상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 확신을 갖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존경하는 태도로 그가 하는 말을 경청하는데 듣다 보면 ‘특별할 게 없는데…’라고 실망할 때가 많다. 더구나 나를 가르치려 들듯이 대하면 은근히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런데 주님은 그건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셨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나 자신을 낮춘다는 것이다. 혼자 자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게 없어서 그런지 늘 평범하다 못해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예수 믿고 나서는 내가 죄인이고 연약해서 자랑할 게 뭐가 있나 싶어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나의 행동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너에게 준 은혜가 많고, 그것으로 네가 준비되고 성장한 부분이 많은데 네가 그렇게 너 자신을 낮추면 내가 불쾌하단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한국에서 평범하게 목회하다 나이 사십에 영국 와서 선교하겠다고 하니 영어를 못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영어만 잘하면 우리교회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의 목회자나 선교단체장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사역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들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늘 ‘제가 영어를 못해서…’ 망설이곤 한다. 매번 이렇게 행동하니 한 번은 주님이 ‘영어 못한다고 앞으로 말하지 말라’는 마음을 강하게 주신 적도 있었다. 마치 모세가 ‘나는 입이 뻣뻣해서 말을 잘 못합니다.’라고 했을 때 나무라듯이 말이다.
거만하거나 교만한 태도도 큰 문제이지만 지나친 겸손-거짓된 겸손 역시도 주님이 원치 않는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지금도 누구를 만나든 배우려고 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로 나를 비하해서 그 사람의 발밑에 앉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신구약을 통틀어 가장 겸손한 인물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은 스스로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러 왔다’고 하셨다. 바울도 빌립보서 2장에서 빌립보 성도들에게 예수님의 그 겸손한 마음을 배우라고 권면했다. 그런데 그분이 보여주신 겸손은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항상 당당하고 확신에 찬 행동이셨다. 그렇다고 해서 못 배우고 못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대하신 적도 없으셨다.
요즘 읽고 있는 책 한 권이 있는데, 저자는 거짓 겸손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많다고 하면서 거지 근성을 버리고 왕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사 기드온을 예로 들었다. 처음 천사가 그를 만났을 때 ‘하나님이 함께 하니 너는 강한 용사’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자기 지파 안에서도 가장 작은 집안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백성들이 결정적으로 전쟁을 할 때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여’라고 외쳤다.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과 함께 동역하는 자로 높이기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주님으로부터 겸손을 다시 배워야겠다.
‘아무도 꾸며낸 겸손으로 너희를 정죄하지 못하게 하라’(골 2:18a)